열심히 모은 월급이 모두 오빠의 대학원비로 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 나는 쓰러졌다. 열병을 앓고 눈을 떴을 때는 다른 세계였다. 공주도 귀족도 아닌 하녀의 딸 '릴리' 그게 나였다. 이세계에 와서야 알았다. 여자라도 일할 수 있고, 자신의 권리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내 세계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돌아가면 더이상 날 사랑하지 않는 가족에게 매달리지 않고 내 삶을 찾을 거야.' 그러나 그 꿈이 이루어질 일은 없었다. 모든 것을 포기했다. 십여년의 세월이 흘러 간신히 이세계에 적응했을 때 내 세계로 돌아갈 기회가 왔다. 단, 순결한 여성만이 들어갈 수 있는 유니콘 성의 시녀로 입성할 것. 순결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나'는 유니콘 성에 들어갈 수 있을까? 영혼도, 몸도, 신분도 모두 가짜인 '나'는 거짓과 음모가 판을 치는 이 곳에서 진짜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순결이란 이름으로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에 반기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