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륙 전쟁에 간호장교로 참전했던 이벨라 캠벨. 기억을 잃고 조용한 마을에서 은둔하던 그녀 앞에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우연을 기회로 삼아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사내. 두 사람은 일상을 공유하며 가까워지고, 이벨라는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을 하나둘 되찾아간다. “벨라.” 떠오른 기억 속의 목소리가 남자의 음성과 너무 같아서. “저는 기억을 잃었어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을 털어놓게 되었다. “그래서 불행합니까?” “아니요.” “그럼 된 거죠. 기억 나면 기억나는 대로, 사라지면 사라진 대로, 지금 행복하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차가운 남자의 위로가 매력적이었다. 속내를 알 수 없어 더 신비로운 남자에게 천천히 빠져들었다. *** “혹시 날 좋아했습니까?” “쓰레기.” “쓰레기를 좋아하면 불행해져요.” 그녀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내고도 남자는 거리낌없이 뻔뻔했다. 그날을 끝으로 그와 엮일 일은 더 없을 줄 알았는데. “안녕 벨라.” 아름다운 쓰레기가 곁에서 여전히 그녀를 보며 웃는다. 허락하지 않은 이름을 멋대로 부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