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가, 아주 희한한 소리를 들었어.” 서래 정씨 16대 종손인 백야식품 정 회장의 둘째 손자, 정이준 전무. 그리고 정 회장의 장손인 정귀현의 정혼녀로 25년을 살아온 김시연. “어렸을 때 형이 입던 옷이나 쓰던 물건 중 쓸 만한 걸 가끔 물려받긴 했지만, 형과 결혼할 뻔한 여자까지 물려받는 건 너무하지.” 그는 어딜 찔러야 시연이 고통을 느끼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고, 그걸 십분 활용하고 있었다. “그러니, 평생 시동생으로 생각했던 남자를 남편으로 맞을 수는 없다고 네가 정리하면 될 일이야.” 그가 여유 있는 태도로 커피 잔을 들어 마셨다.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어요.” “알아들었다니 다행이네.” “형과 결혼하려고 했던 여자가 어떻게 동생하고 결혼할 수 있겠냐고 말씀드리라는 거잖아요.” 찻잔 속을 응시하던 그의 시선이 느리게 올라왔다. “정확해.” 깔끔하게 떨어지는 답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