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작은 한쪽의 일방적인 사랑에 불과했다. 마음이 이어지지 않는 결혼 생활 속에서, 그를 홀로 짝사랑한 지 5년. 나는 아직도 그에게 사랑을 구걸하고 있었다. “한 번만, 저를 봐 주시면 안 되나요?” 간절하게 애원했지만, 남편은 냉정했다. “나는 당신처럼 사랑놀이나 하고 있을 시간 없어. 그러니 내게 당신의 감정을 강요하지 마.” 하지만 미련하게도 나는 그를 애타게 기다렸다. 언젠가, 나를 돌아봐 주지 않을까 하고. 그런 짝사랑의 끝에서 내게 남은 것은……. “죄송합니다, 부인. 이제 1년 정도 남았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이었다. *** 내가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한 날, 한 남자가 찾아왔다. 즐거운 듯 입꼬리에 호선을 그린 남자는 내가 숨기던 비밀을 알고 있다는 듯이 속살거렸다. “필레아, 네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아. 내가 그대를 낫게 해 줄게.” “아무런 대가도 없이요? 당신은 도대체 누군가요?” 그러자 그가 눈꼬리를 사르르 접으며 대답했다. “소개가 늦었네. 나는 마탑의 마탑주 미하엘이야. 그리고 대가가 없지는 않아. 나는 그대에게 거래를 요청하는 거니까.” “거래라고 하셨나요?” “그래. 그대를 낫게 해 주는 대가로 얻고 싶은 게 있거든.” 네 마음을 거래의 대가로 얻고 싶어.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한 날, 마탑주가 내게 들이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