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분투기

#오메가버스 #학원물 #임신수 #도망수 #후회공 #재회
어떻게 이토록 매번 최악일 수만 있을까.

두려움에 숨이 턱턱 막히고 정신없이 발버둥 치던 와중에 주헌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어릴적 유복했던 집은 폭삭 망하고,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거둬주신 할머니는 매일같이 병원 신세다.
생활비에 아직 어린 동생의 학비를 버느라 하루하루가 빠듯하고 힘겨운데 딛는 걸음마다 바닥이 꺼진다.
그곳이 밑바닥이려니 한 걸음 내디디면 다시 바닥으로. 어디 하나 안전한 곳이 없고. 오로지 바닥.
그보다 더, 더 밑으로, 더욱 어두운 밑바닥으로.

정신이 아득할 정도로 끔찍한 바닥이었다.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의 무게에 짓눌리고, 떨쳐낼 수 없는 그늘에 사지를 붙들리는.
가느다란 빛이 새어든 건 바로 그때였다. 삶의 밑바닥에 또아리 튼, 끔찍이도 어두운 아가리에 삼켜지기 직전에.

지금껏 주헌이 살아오는 동안 넘어졌을 때 손 내밀어준 사람은 오직 이강, 단 한사람뿐이었다.
그래서 구원인 줄로만 알았다. 그건 제 것이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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