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동쪽에 있는 동랑산맥을 다스리는 꼬리 아홉 달린 백여우 천호님이 있었습니다.얼마나 오랫동안 다스려왔는지 천호님을 보필하는 장로들조차도 허허 웃으며 머뭇거릴 정도로 까마득히 아주 오래전부터 구미호 천호님은 동랑산맥 일대를 다스려 왔습니다. 그 직속의 여우뿐만이 아니라 강하고 약한 요력을 가진 이들과 그 일대에 사는 동물들, 심지어 인간들까지 천호님의 아래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살고 있었습니다.평화로운 어느 날, 으리으리한 기와로 된 붉은 궐의 청사에 앉아 무료하게 정원을 내려다보던 천호님이 말했습니다.언제나 자신이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천호님이기에 옆을 지키고 있던 족속들도 조용히 고개를 조아릴 뿐입니다.
[아이를 하나 만들까-]여우 호치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