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언제나 누군가의 가짜, 누군가의 대리인으로서 살아갈 뿐. 달의 황자 라이언은 푸른 머리칼과 짙은 감청색 눈동자를 자랑하는 신비로운 외모의 소유자로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존재이지만, 실상은 어디에도 먼 곳에서 흘러든 해류처럼 융화되지 못한 채 부유하고 있다. 병석에 누운 클라디우스 황제와 태양의 황자 엘릭스 시리온을 대신하여 현 엘 시리온 황실의 모든 일을 도맡고 있지만,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한들 본국이 패전하여 그 전리품처럼 입양된 대리 황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열심히 해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자 하지만 경직되고 보수적인 국가 엘 시리온의 핏줄이자 진짜 황자인 엘릭스의 그늘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 엘릭스가 가진 모든 것을 제 것으로 하고픈 열등감에 시달리는 라이언을 가장 괴롭게 만드는 건 엘릭스의 유모 에일린의 아들이자 그의 가장 절친한 친구인 루카스의 존재다. 열성 오메가인 라이언은 평민에게선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극우성 알파인 루카스에게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끌리고 있다. 그러나 오지도 않을 히트 사이클을 핑계로 몇 번이고 몸을 섞어도 언제나 그의 마음은 동쪽 탑에서 치료 중인 병약한 황자 엘릭스에게 향해 있을 뿐, 결코 라이언을 돌아보지 않는다. 라이언이 뺏고자 하는 것은 엘릭스의 황좌, 엘릭스의 나라, 그리고 엘릭스의 남자. 모든 것이 가짜인 달의 황자는 과연 모든 것을 타고난 태양의 황자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을 빼앗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