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붉은 밀실

※ 도서 내 강압적인 성행위, 폭행, 가스라이팅 등의 자극적인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눈을 뜨니, 그곳은 지옥이었다. 어릴 적 유일한 혈육인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진하는 홀로 세상을 견디며 배우를 꿈꿔 왔다. 하지만 진하에게 돌아온 것은 노력에 대한 보상이 아닌 아버지의 빚이었다. “네 아비가 널 이곳에 팔았어.” 낯선 방, 낯선 침대. 끊어진 기억을 더듬으며 당황하는 진하를 향해 낯선 남자는 웃었다. “나는 이곳의 실장이고 새로 들어온 상품들의 교육을 맡고 있지.” 그리고 진하의 삶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 [본문 중] “다음으로는, 이 아이입니다.” 실장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진하가 묶인 의자가 밀렸다. 의자 바퀴가 바닥에 구르는 부드러운 소음이 꼭 지옥에 질질 끌려 들어가는 소리 같았다. 진하는 눈부신 조명에 눈을 질끈 감았다가 간신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흣―.” 무대 아래로 열댓 명의 손님이 손에 피켓을 든 채 관람하듯 앉아 있었다. 뜨거운 시선이 몰려들었다. 진하는 창백하게 질려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도망갈 길 없이 무대 중앙까지 밀려간 의자는 단단히 바닥에 고정되었다. 무대 아래에서 흥분한 숨소리가 들렸다. 이제야 진하는 이게 뭘 위한 자리인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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