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우 씨, 당신은 제 아이를 낳아야 합니다.” 쉽사리 멈출 것 같지 않던 백우의 눈물이 뚝 그쳤다. 한바탕 실랑이를 벌였던 골목길에 적막이 흘렀다. 백우는 느리게 눈을 깜박였다. 어디선가 불어 온 봄바람이 살랑살랑 머리카락을 흔들며 지나갔지만, 방금 들은 말 때문인지 백우의 이마는 땀으로 축축이 젖어 들었다. “…….” 백우의 입술이 느리게 열리다 닫히고 다시 벌어졌다가 꽉 다물렸다. 무슨 말이라도 하려는데 입술을 열면 숨소리만 새어 나왔다. “……음.” 분명 황태자의 말을 듣기는 했지만 백우는 그 뜻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쩌면 자신의 귀가 잠깐 이상해져서 잘못 들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백우 씨.” “……네.” 백우가 멍하니 대답했다. “제 말을 이해했습니까?” 공우경은 백우의 얼굴을 무심한 눈으로 훑어 내렸다. 이해했냐 물었지만 백우의 표정을 보아 하니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네. 아니요.” 백우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다 옆으로 저었다. 머릿속이 붕 뜬 것처럼 정신이 멍했다. 지난 며칠, 백우는 가는 곳마다 황태자와 계속 마주쳤었다. 오늘은 백우와 함께 찍힌 사진이 기사에 났고, 늦은 밤 뜬금없이 황태자가 눈앞에 불쑥 나타났다. 그리고 한다는 말이……. “그러니까 누가……. 누구의…….”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이백우 씨가 내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자신의 귀가 멀쩡하다면 황태자는 분명 백우가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저…, 저기요. 황태자님 지금 미친……. 제정신……. 이실까요?” *** “백우 씨.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게 아닙니다. 지금 이백우 씨는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고 제가 중심을 잡아야 하니까. 그런 겁니다. 백우 씨가 싫은 것도 아니고 예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저도 이백우 씨를 안고 싶습니다. 정말입니다.” 우경이 다급히 말했다. 서럽게 울던 백우의 울음이 거짓말처럼 뚝 그쳤다. “제가 안 싫어요?” “저는 한 번도 백우 씨를 싫어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예뻐요?” “아주 예쁩니다.” “저를 안고 싶어요?” “물론입니다. 제가 얼마나 참고 있는지 이백우 씨는 상상도 못 할 겁니다.” 백우가 쥐고 있던 손을 놓자 스르륵 수건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럼.” 솜사탕처럼 하얀 몸이 드러났다. 이백우가 양팔을 우경에게 뻗었다. 페로몬이 범람했다. “그럼 안아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