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베드타운 나쁜도시

그 즈음 너는 자주 그런 얼굴을 했다. 포기하고, 내려놓고, 체념하는 얼굴. 열여덟 그 때에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표정으로 물끄러미 나를 응시하다가, 눈이 마주치면 매가리라곤 없이 웃곤 했다. 죄의식이라곤 없이 너와 너의 몸에 익숙해진 나는, 네 어느 감정에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상하지. 네 그런 얼굴을 볼 때만큼은 가슴이 덜컹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일종의 경고였다. 천적의 향기를 맡은 야생동물처럼, 네 상태가 내게 위협이 될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을 것이다. 섹스하자고 붙잡은 건 아니라며 지껄인 게 무색하게 나는 결국 그날 너와 잤다. 달아오른 몸과는 달리 식어 가는 네 눈빛을 보면서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지만 무시했다.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는 친부의 집구석처럼 너와 내 관계 역시 처음부터 제대로 된 건 하나도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넌 날 좋아했었다. 곁에 있었다. 떠나지 않았다. 일어났을 때 너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잠결에 내 이마에 떨어졌던 네 입맞춤은 꿈일지도 몰랐다. 내게 질려 날 떠나는 네가, 그토록 다정하게 키스했을 리 없다. * “난 가끔 내 목을 조르고 싶던데. 매일 밤 꿈에서 차에 거꾸로 매달려 있던 그 인간을 볼 때마다, 검은 머리 짐승 거둬 키운 죄로 죽어야 했던 아버지를 떠올릴 때마다, 나 대신 피투성이로 누워 있던 네가 생각날 때마다. 그리고, 네가 이 꼴로 내 눈앞에 다시 나타난 그 순간부터. 언젠간, 내 목이 아니라 네 목을 조르고 싶어지겠지. 그래도 내가 좋아, 민주야? 그래도, 나랑 자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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