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부서진 것들을 위하여

“형, 내 과외 선생님이셔.” 저녁 식사 시간, 신우가 남자에게 연을 소개했다. 남자의 시선이 연에게 닿았다. 그때까지 남자에게 감정 없는 사물에 불과했던 연은 그제야 사람이 된다. “아, 선생님.” 무심히 말하며 남자는 물 잔을 들었다. 물을 마시고 그 안에 곱게 갈린 얼음들을 아작아작 깨물어 씹었다. 남자의 검은 눈이 다시 연의 얼굴을 움켜쥔다. 찰나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공간의 무게가 선명해지는 착각이 일었다. 사과를 할 거라 생각했다. 아까 가정부로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네 할 일이 아닌 것들을 시켜서 미안하다고. 남자가 탁, 물 잔을 놓았다. “반반하네.” 연이 뒤집어쓴 건 무례한 말일진대 연은 별안간 찬물을 뒤집어쓴 기분이 되었다. 온몸이 서늘하고 축축하게 젖어 들어가는 기분. 불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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