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이든 결혼이든, 형식적인 건 그쪽과 하고 잠은 나랑 잡시다.’
“우리 유연이가 왜 여기 서 있을까.”
내 허락도 없이.
말 많고 탈 많은 재계에서도 형제간의 치정은 전례가 없었다.
“너, 이거 패륜이야. 네 이름 앞에 무슨 말이 붙을지 몰라? 감당할 수 있겠어?”
“내가 갖고 싶으면 갖는 거라고 했었지.”
무현은 입매를 한껏 끌어 올린 채로 보란 듯이 유연의 가는 허리를 매만졌다.
그 부적절한 관계의 끝엔,
“그러게, 뭘 믿고 나한테 보냈어. 이 예쁜 걸.”
대책 없는 결말이 남아 있었다.
“셋이 사이좋게, 진창에서 굴러 보자고.”
미친 짓인 줄 알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