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했다.
그늘에 스민 사랑을 했다.
은밀히 숨겨 두고 가끔씩만 꺼내 보며
스스로도 외면하고 싶던 사랑을 했다.
마음속 가장 황량한 곳에 가둬 두고 아사할 때까지 버려두려 했던
그런 사랑을 했다.
선택할 수 있었다면 이런 사랑 따위 하지 않았다.
러시아 마피아 조직을 배신하고 도망친 채수호는
시골 분교 관사에 혼자 살고 있는 교사 연하린을 만난다.
조폭을 혐오하는 하린, 여자와 깊은 관계를 갖지 않는 수호.
단 한 계절의 동거.
그 여름,
그녀는 그에게 빛이었다.
네 발조차 없는 가장 천한 짐승마저 홀려 버린,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