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 다이어그램(Venn diagram)

※본 소설은 강압적인 관계를 암시하는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갑자기 죽은 희진의 아버지 장례식장에 이복 오빠의 친구인 권필주가 나타난다.
이유 없는 친절과 다정을 베풀며 친구 동생 주변을 맴도는 필주와 그런 오빠 친구를 경계하던 희진에게도 그를 이용하고픈 목적이 생겨나는데….
〈본문 중〉
기회를 엿본다는 것. 우리는 지금 서로의 틈을 찾아 스며들기 위해 탐색 중이었다.
그는 친구 동생인 나와 섹스하고 싶다는 말을 어떻게 꺼낼지 궁리 중일 테고, 나는 늦은 밤 오빠 친구를 찾아온 목적을 어떻게 말할 건지 계속 머리를 굴렸다.
내 쪽으로 몸을 튼 권필주가 이것만큼은 굉장히 정중한 말투로 물었다.
“담배 한 대 피워도 될까?”
“네, 좋으실 대로.”
그의 입술 사이로 하얀 담배 한 개비가 물렸다. 이어서 퐁, 하고 열린 네모난 라이터 뚜껑 소리도 경쾌했다.
잇새에 물고 있던 담배가 권필주의 오른손 검지와 중지 사이로 옮겨 갔을 때였다. 숨 막히는 침묵이 힘들어 이번에도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였다.
“흡연자인 것 같은데, 자주 피우는 스타일은 아니신가 봐요?”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오늘 담배 피우는 거 처음 봐서요.”
내 말을 경청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권필주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젓더니 여리게 웃었다.
“난 섹스하고 싶을 때 담배 생각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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