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붉은 눈의 신부

공주의 붉은색 눈동자를 보면 돌이 되어 버린다.
그렇게 괴물 공주라 불리며 천으로 눈을 가린 채 갇혀 자라는 공주 하리.
‘붉은 눈의 공주를 시집 보내야 합니다.
그래야 하늘이 비를 내릴 것입니다.’
나라에 가뭄이 들어 백성들이 죽어 나가자 국사는 왕에게 하늘의 뜻을 전한다.
저주받은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겠다는 사람이 없는 가운데, 왕은 하리를 시집보낼 사내를 찾아낸다.
선대에 역모를 저지른 죄로 몰락한 가문의 사내 중혁.
어렸을 때 눈을 다쳐 앞을 보지 못하는 중혁은 공주의 남편감으로 알맞은 사내였다.
눈을 보면 안 되는 신부와 앞을 보지 못하는 신랑.
그녀가 천을 풀고 처음으로 본 사내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하리는 그렇게 아름답지만 냉정하고, 저를 미워하는 사내의 신부가 되는데….
《붉은 눈의 신부》
***
“오늘부터 우리가 부부가 되었으니, 더는 공주로 여기지 않아도 되겠지.”
사내의 태도는 더 차가워졌고, 그 목소리와 표정에서는 지독한 혐오가 느껴진다.
익숙한 태도이고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지만 그래도 가슴이 저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역시….’
자신은 뭘 기대했던 걸까.
“이런 눈 병신에게 시집을 올 정도로 사내에게 굶주린 것 아니었나? 목적하는 바를 이루어서 좋겠지만, 나는 기분이 별로라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군. 어차피 내게 기대하는 건 내 좆밖에 없을 테니까 원하는 걸 주지.”
“무슨 말씀이신지… 원하는 것이라는 건….”
지금 이 사내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
아직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투성이인데 아무리 불편하고 달갑지 않아도 약간의 대화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하리의 예상은 빗나갔다.
“사내가 필요해서 날 고른 것이니 원하는 대로 해 준다는 것이다. 실컷 박아 주지. 눈 병신이라도 좆만은 쓸 만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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