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펠가르트 왕국의 아름다운 왕녀, 엘레노어.
성국의 피 또한 이은 그녀는 왕국의 왕위 후계자 중 하나였다.
그러나 왕위에 오른 건 오라비였고,
그녀에게는 모욕적인 혼처가 내려진다.
왕의 충신으로서 작위를 받은 비천한 태생의 남자, 데클란.
하객들의 탄식이 가득 찬 예배당에서
혼례식 당일, 예배당 문을 연 그는 피 묻은 갑옷 차림이었다.
엇갈린 기억과 가슴속에 묻어야만 했던 한 사람.
청보랏빛 눈과 마주한 데클란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놓치지 않아요.”
어떤 지옥이 기다린다고 해도,
엘레노아 당신이 없는 세상만큼 끔찍하진 않을 테니.
“그러니 제발 가지 마세요. 저를 버리지 마세요.”
“데클란. 좋은 기억만 가지고 떠날 수 있게 해 주세요.”
나에게 남은 기쁨과 행운, 행복이 있다면.
바라옵건대 신이여 모두 그에게 주소서.
더 이상 나에겐 필요가 없답니다.
이미 그에게 모두 받았으니까요.
제 길을 잃은 채 얽혀 들던 운명이 다시 요동치고.
타락한 성국의 거대한 음모가 손을 뻗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