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비바리움 (Vivarium)

“지금부터, 제 마음대로… 아무렇게나 만질 건데.” “…….” “견디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드시면, 꼭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는 남자를 처음 알게 될 요정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가슴을 여민 리본 끈을 풀어내는 손길도 느리고 상냥했다. 그리고 잡아당긴 끈이 마침내 매듭의 모양을 잃고 완전히 풀어지는 순간, 그 조심스럽던 손이 옷자락을 거칠게 양옆으로 젖혀 열었다. ---------------------------------------- 세상의 모든 가치를 재물로만 판단하는 대부호 리스 남작. 어린 시절 처음으로 신비로운 요정을 마주했던 순간 역시, 그의 감상은 마찬가지였다. 값비싼 사치품. 희귀한 짐승. 사라는 그저 ‘사랑 놀음’을 즐길만한 가치를 지닌 멍청하고 나약한 요정일 뿐이었다. “좋아해요.” “보세요. 사라 님, 제가 사라 님을 위해서 얼마나 예쁜 집을 만들었는지.” 예민한 요정을 수집하고 기르는 일은 까다로웠지만, 순진한 사랑을 이용해 발을 묶고 휘두르는 즐거움은 제법 본전을 찾은 기분을 들게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제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라는 남작이 알던 세상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다분히 위험한 존재가 되어가는데. 사라 님, 저는 얼마든지 다 줄 수 있어요. 당신을 위한 비바리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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