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에서 나가지 않던 내가 노잼이라며 읽다 만 소설 속에 떨어졌다.
소설 속 남주인 녹티스 대공에게 죽는 엑스트라 악역, 플로티 베베니아에게!
무사히 살아남기만 하자고 다짐했건만.
“잘 잤나, 부인?”
“그대는 나를 언제까지 어려워하려는 건지.”
서운해서 참을 수가 없어.
날 죽이려던 대공이 조금 이상하다?
난 이 노잼 소설에서 빠져나가고 싶을 뿐이라고!
특별하지 않은 여자의 특별한 생존 이야기.
***
“위를 조심하셔야겠어요. 무슨 원한이 있는 건지, 단단히 화가 났네.”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모르셨구나. 부인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딸이 호시탐탐 부인을 노리고 있는 거.”
내 싸늘한 말에, 날 농락하며 깔깔거리던 귀부인들의 웃음소리가 뚝 끊겼다.
“어머, 이거 비밀이었어요?”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는 듯이 눈을 휘며 웃어주었다.
통쾌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