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잘린 앙헬리나 생몽드의 삶은 평탄했다. 디마르크의 경제를 책임지는 기둥, 생몽드 가문의 영애로 태어나 그녀는 부족한 것 없이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다른 영애들처럼 어릴 때 정해진 정혼자가 있었고, 결혼 후에도 그녀가 살아온 날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생활을 이어갈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처음 보는 낯선 이가 그녀를 찾아왔다. 그리고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 그는 황제의 명으로 로잘린의 정혼자가 되었고, 로잘린은 뿌리칠 수 없었다. 생몽드 가문과 가족, 로잘린의 운명을 틀어쥔 그의 손을. “뭐든 할게요. 그러니까 우리 가족만은 지켜 줘요.” “그럼 벗어.”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 온몸이 굳어 버릴 만큼 매섭고 오만한 명령이 떨어졌다. 얇은 어깨끈을 내리자 발아래로 옷이 툭 떨어지자, 새파란 눈이 벌거벗은 몸을 훑었다. “내가 그저 당신 몸만 원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길고 곧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 끝을 들어 올린 그는, “큰 실수 한 겁니다, 로잘린.” 더러운 욕망이 침잠한 눈동자로 그녀의 가는 목을 틀어쥐고 입술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