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의 전쟁을 마치고 약혼자가 돌아왔다.
그의 아이를 가진 여자를 데리고서.
그 여자를 버릴 수 없다고 말하면서,
나에게 공작부인의 의무만 강요하는 무책임한 약혼자.
“레일라, 넌 아직 공작부인이 아니야.”
그가 무심하게 뱉은 한 마디에 나는 파혼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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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디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나요?”
한순간 정적이 흘렀다. 뒤늦게 이상한 소리를 했다는 걸 자각한 나는 황급히 수습했다.
“송구합니다, 폐하. 이런 걸 물어보려던 것이 아니라 그게…….”
[뭐든.]
칼리안이 내 말을 자르며 대답했다.
화가 난 목소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웃고 있다고나 할까.
[나라를 팔아먹는 게 아니라면 뭐든 해도 돼. 지금 그대는 나의 대리인이니까.]
……정말 제가 나라를 팔아먹으면 어쩌시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