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랑이 형부가 되는 결말에 마음을 접으려고 내려간 무정. “사랑이 별거냐!” 그녀는 계곡의 끝에서 외사랑의 종지부를 외치다 낯선 음성을 듣는다. “잘못하면 떨어져요.” “아, 깜짝이야!” 외마디만 남겨놓고 휘청이던 그녀는 물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그렇게 윤해주의 인생도 끝날 뻔했지만, 인생은 그리 쉽게 끝나지 않는다고 봄이 말했다. 한 줄기 빛처럼 누군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녀는 그 손을 잡았다. 겨우 목숨을 건진 그녀의 눈앞에 보이는 남자의 얼굴. 그녀의 가슴에 순식간에 열이 올랐다. 오랫동안 속을 끓였던 외사랑이 차갑게 식을 만큼. “그날 죽을 수도 있었어요. 운이 나빠 바위 위로 떨어졌으면.” “그럼 같이 죽는 거지, 뭐.” 숨을 턱 막히게 하는 눈빛과 말투. 그녀는 어떻게든 이 남자와 좀 더 마주하고 싶다. “제가 뭐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냥 좀 보자는 거예요. 잠시 두고 보자는 거죠.” “그게 어떻게 하겠다는 거 아닌가.” “그게 왜 그렇게 되죠?” “시작은 다 그렇게 하던데요, 누나.” 수영을 아주 잘하고, 예전에 하키 선수를 한 적이 있고, 지금은 도예를 배운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게다가 일곱 살이나 어린 남자. 봄으로 걸어가는 길목에서 만난 서완. 마음을 주체할 수 없이 이 남자가 좋아지고 있었다. 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