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통치 아래 신음하는 디드리쉬 왕국에는 유명한 이가 둘이었다. 제국에게 잔인한 복수의 칼날을 들이미는 암살자 붉은 나비와, 제국에게 아양 떨며 사치를 누리는 루이카 발롯. 디드리쉬의 왕세자 알로이스에게 전자는 흠모의 대상이었고, 후자는 경멸의 대상이었다. 어느 밤, 제 방에 상처 입고 숨어든 붉은 나비의 가면 아래에서 루이카의 얼굴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내가 붉은 나비라는 걸 아니까 갑자기 좋은 사람으로 보여?" 자신을 죽이고 싶어하는 루이카에게, 알로이스는 무릎을 꿇어가며 도움을 요청한다. 디드리쉬를 위해서라면 그는 뭐든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점점 제 나라가 아닌 루이카를 위해 목숨마저 내어주고 싶어지는데. "나를, 죽이기로 했잖아. 그러니까 계속 끝까지 살아." "멍청한 알로이스." 붉은 나비의 검은 마침내, 제국과 알로이스를 모두 찌르고 말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