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수: 4년 전 빚더미를 떠안고 가장이 된 뒤, 낮에는 인쇄소, 밤에는 알바를 다니며 바쁘게 살던 희수는 다시 만난 이헌이 반갑기만 하다. 김이헌(차치헌): 차치헌이라는 이름으로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던 이헌은, 희수와 재회한 날 사고로 기억을 잃고 그녀의 집에 얹혀살게 된다. 불행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이름을 버리고 가난의 그늘에서 벗어난 이헌과 파도처럼 밀려오는 난관을 묵묵히 버텨내고 있는 희수. 고등학교 시절, 엉망진창이었던 마지막으로부터 9년. 두 사람은 그때의 그들이라면 상상할 수 없을 모습으로 재회한다. 추억에 잠기는 것도 잠시, 희수는 연기에 휩싸인 차 안에서 정신을 잃은 이헌을 발견하는데…. 사고로 기억을 잃어버린 이헌은 여유롭지도 않은 형편에 그런 자신을 집으로 데려온 희수를 잠시 의심하지만, 당신 나 좋아하잖아. 아냐? 무슨…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왜…. 기억이 없는 거지, 바보가 된 게 아니라니까. 들뜬 목소리와 시선,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떠오르는 실없는 웃음에는 이헌을 향한 희수의 마음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거듭 덮쳐온 불행에 익숙해져버린 희수와 이헌. 가난한 마음에도 피어오르는 이 감정은, 그들을 어디로 데려가려는 걸까. 어떻게 할까, 희수야. 다 그만둘까? …그만두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