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브렐린 : 작가는 시한부 악역의 삶을 산다

누군가 목을 핥아 내렸다. 꿈의 일부인 게 틀림없다. 아주 생생한. 온몸의 혈관을 타고 전기 자극이 튀어 올랐다. "오늘 밤을 계획한 건 그대인데 내가 파렴치한이라도 된 양 취급하다니." "…무슨 말인지 도대체…." 더 이상 말을 잇기를 포기해야 했다. 이상하리만큼 자극적이었다. 마치,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몸을 입고 있는 것 같은 묘한 느낌. 팔뚝의 뱀 모양 문신에서 시선이 멈췄다. "저기, 혹시. 물론 아니겠지만…. 레드로스 드레이드 버몬트는 아니죠, 당신." "무슨 대답을 듣고 싶은 거지? 나와의 하룻밤을 지우고 싶다는 뜻인가?" 레드로스, 에이프린 가의 브렐린과 결혼한 버몬트 공작. 그렇다면 자신은 온갖 패악을 부리고 사랑받지 못한 채로 1년 후에 죽는 악녀. 전쟁, 기근, 악마 떼의 습격, 자연재해. 자신이 마구잡이로 재미 삼아 서술했던 불행들의 목록이 앞을 다퉈 떠올랐다. 등골이 오싹했다. "1년 뒤에 떠나 줄게요. 지금의 저는 다른 사람이니까." 억울했지만 내가 쓴 글이니까 어떻게든 바꿔 가려 하는데 원작 남주가 자꾸 내게 집착해 온다? 일러스트: 돼지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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