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당신을 부인으로 맞이하긴 했지만, 침실을 공유할 생각은 없어.” 바샬족의 하나뿐인 공주 두하 옐 바샬. 단지 여인이라는 이유로 족장의 자리를 뺏긴 두하는 부족을 위해 제국과의 혼인을 결심한다. 그녀의 결혼 상대는 할튼의 주인이자, 제국 최강의 검. 레온하르트 반 에스바덴 대공. “당신이 이곳에서 무얼 하든 상관하지 않겠어. ‘에스바덴 공작 부인’으로서의 품위만 잃지 않는다면.” 눈부시게 아름다운 얼굴과 달리 차디찬 눈빛이 그녀를 싸늘하게 응시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두하에게 마음을 줄 일 따위는 없다는 듯. 그래, 오직 동맹을 위한 결혼이었다. 분명, 그랬을 터인데. “말했을 텐데. 내 일생에 여인은 당신 하나뿐일 거라고.” 언제부터였을까. 지독한 열망으로 가득 찬 푸른 눈동자가 그녀를 오롯이 담고 있었다. 두하는 거세게 뛰기 시작한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들의 동맹 결혼은 더 이상 동맹만을 위한 결혼이 아니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