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슬려, 자꾸. 너의 그 불순한 취향이.
“저 남자 많아요, 사랑이나 사람에 환상 같은 게 없거든요. 가볍게 만나는 관계가 좋아요, 편하고 재미있잖아요.”
지수는 스스로 거짓말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줄곧 여유로웠던 그의 표정이
미세하게 일그러지는 걸 보면 그렇지도 않은 듯했다.
무거워진 공기를 깨뜨리며 단조로운 대답이 흘러나왔다.
“취향이 불순하군. 그 취향을 나에게만, 지금부터 독점이야.”
그것이 우리 계약의 시작이었다.
***
태성그룹 계약직 사내 아나운서 한지수,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선배이자 상사인 차태하를 짝사랑했다.
회사 소식지 인터뷰를 기회로 단둘이 만나게 되고,
빗소리를 핑계로 밥을 먹고 진한 키스까지.
서로에게 각인된 그 밤 이후,
태하는 자꾸 신경을 긁어대는 지수에게 불순한 제안을 하는데…….
“너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말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