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겁의 세월을 은둔해 온 미로 학파의 마법사 베디에는 어느 날 방문한 마탑의 도시에서 여관 주인을 살해하고 도망치는 한 빈민 고아 소년을 만나게 된다. 성 밖으로 도망치지 못하고 체포될 위기에 처한 소년을 외면하지 못한 베디에는 결국 소년을 구해주게 되고, 지금까지 지켜온 원칙마저 깨고 이름을 주어 제자로 거두고 만다. 소년의 얼굴에서 느낀 옛 스승의 희미한 그림자에 끌려 충동적으로 인간에게 간섭해버린 베디에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세상으로 다시 돌아갈 소년에게 마음의 거리를 두지만, 소년 카르단은 아름답고 강력한 자신의 스승을 향한 연모와 탐욕이 뒤범벅된 복잡한 감정을 남몰래 키워간다. 시간이 흘러 카르단이 스무 살이 되던 날, 끝내 그를 떠나보내기로 결심한 스승 베디에는 생일 축하를 빙자하여 인간들의 도시로 데려간 카르단을 마탑에 버려둔 채 모습을 감추어 버리고, 스승에게 돌아오기 위해 발버둥치는 카르단의 마음은 자신을 버린 아름다운 스승을 향한 일그러진 집착으로 가득 차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