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평범한 일상이었다. 집에서 밥을 먹고, 강의를 들으러 학교에 갔다가, 갑작스러운 휴강으로 도서관에 갔을 뿐이다. 그래, 평소와 달라진 게 있다면 도서관에 갔다는 거 하나뿐이겠지.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고. 내가 5살 꼬마라니! 왜 갑자기 책 속으로 들어오게 된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도 믿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곧 생각이 달라졌다. 이게 꿈이건 아니건, 이왕 책 속에 들어왔다면 내가 이 책 내용을 바꿔볼 수는 없을까? 그 못된 놈의 손 안에서 ‘한도윤’을 구하라는 계시가 아닐까. ‘악역은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해.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었지만 여기서라면….’ *** “야. 이 음침한 새끼야. 대답 안 하냐?” 나는 긴 앞머리로 눈을 반쯤 가리고 도수 없는, 조금 삐뚤어진 안경을 쓰고 그들의 살기를 받아냈다. 당겨오는 두피가 아팠지만 그래도 답하지 않았다. 여기서 입을 열었다간 집에서 두 배로 처맞을 것이다. “너 수업 끝나고 학교 뒤로 와. 안 오면 죽여 버릴 거야.” 아무도 없는 복도 끝의 구석.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흐… 흑….” 나는 ‘웃음’을 참기 위해 필사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