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3일 본문 엔터 구성을 원래대로 수정했습니다. 감상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제가 누나 사랑해서요!”
“미안. 너 남자로 안 보여.”
이번으로 몇 번째일까.
교내에 금사빠로 유명한 소은호는 이번에도 누나에게 차였다.
다른 이들은 금사빠라 놀리지만, 소은호는 매번 진심이었다.
진심이 전해지지 않아 억울할 뿐!
“저런 걸 매일같이 보며 사는데 콧물 질질 흘리는 남자애들이 눈에 차겠냐고. 안 그래?”
매정하게 멀어지는 누나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곳에는 작년에 부임한 남자 선생님들이 있었다.
농구 선수 같은 신장과 체격, 건강미 넘치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터질 듯한 가슴과 팔뚝 근육. 여긴 분명 고등학교인데, 왜 함태범만 보면 군대 느낌이 나는 걸까.
“선생님, 학교 끝나면 체력 단련실 가실 거예요?”
“어, 응.”
“오늘 저도 가도 돼요?”
“누구나 쓸 수 있는 데니까.”
“아니이, 선생님이랑 같이 운동해도 되냐고요.”
목표는 함태범처럼 남성미 넘치는 몸을 만들기!
그렇게 소은호는 매일 방과 후, 함태범과 함께 운동하기 시작하는데….
*
[본문 중]
어떤 날은 무섭기도, 어떤 날은 재밌기도, 어떤 날은 서운하기도 했다. 모든 순간이 즐겁고 행복한 건 아니다. 서로 다른 나날이 얽히고 얽혀 또 다른 형태를 만들고, 가장 강렬했던 사랑이라는 색으로 물들어 간다.
때때로 사랑은 독처럼 작용하기도 했다. 잠들지 못하게 만들고, 우선순위를 제멋대로 뒤죽박죽을 만들어 놓고, 온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의 해독제가 되어 준 것 또한 사랑이었다. 그 어떤 불안과 슬픔도 남지 않도록.
제게만 이따금 보여 주는 함태범의 편안한 미소가 보기 좋아서 고백 따위로 귀찮은 문젯거리를 떠안겨 주고 싶지 않았다. 선생님에게 좋은 제자로 기억되고 싶으니까. 그래서 소은호는 오늘도 절대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고백을 속으로만 되뇌었다.
저 사실은 선생님을 정말 사랑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