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무영탑

그림자 없는 인간이 있다. 알아서는 아니 될 운명의 비밀!
천 개의 목각인형을 깎으며 기다린 세월은 쓰라린 인고의 나날이었다.
패자의 하늘로 영원히 숨어 버렸던 은자들의 한을 과연 풀 수 있을 것인가?
- 넌 내 사랑이야. 널 위해서라면 날 죽일 수도 있다! 무혼(無魂) 처럼 살 수도 있지만……
- 잃어버린 그림자를 찾으리라! 추락한 용으로 살진 않겠다! 그가…… 일어섰다.
<맛보기>
서막(序幕)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인간은 뿌리가 없는 자다. 들판에서 아무렇게나 자라나는 잡초들에게도 뿌리가 있게 마련이거늘, 하물며 인간으로 태어나서 뿌리가 없다면 얼마나 허무하겠는가? 그에게는 과거가 없다. 과거란 곧 그림자다. 따라서 그는 자신이 밟고 서 있는 그림자가 자신의 것인지를 늘상 반문하곤 한다. 눈이 내린다. 잿빛 하늘을 가득 메우며 난분분 흩어지는 눈발은 대지를 온통 하얗게 뒤덮어 버린다. 그 아득한 설지(雪地)에서 그는 자신의 그림자를 돌아다본다. 없었다. 잃어버린, 아니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그의 그림자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설지 위에 흔적조차 비치지 않았다. 그림자가 사라진 땅에서 그는 붉은 통곡을 뿌린다. 당신은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당신의 그림자를 훔쳐갈지도 모르니까! 그는 벌써 그림자를 취하기 위해 구중(九重)의 하늘을 뚫고 솟구치고 있지 않은가? 흔히 그를 일컬어 그림자 없는 인간이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스스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 심지어 누구의 자식인지도 몰랐다. 무영(無影). 이것이 그의 이름이다. 인생은 그 자체가 하나의 전장(戰場)일는지도 모른다. 조심하라! 당신이 지기와 더불어 술잔을 나누거나 음풍농월(吟風弄月)하고 있을 때도 보이지 않는 칼은 당신의 심장을 노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 북궁현리(北宮玄里). 그는 한마디로 야망의 화신체(化身 )다. 그는 오직 자신만을 믿으며 타인에 대해서는 철저히 믿지 않는다. 그는 사랑조차 불신한다. 그에게 있어 사랑이란 자신의 야망의 달성을 위한 하나의 도구일 따름이다. 그런 그가 천하를 발 아래에 두려 하고 있다. 오만한 눈으로 천하를 굽어보며 그는 광오하게 말했다.

회차
연재목록
별점
날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