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소설에 빙의하면 죽을 위기에 처한 악역이지만 돈은 많은 부잣집 딸이지 않나?
그게 공작가라면 더더욱!
하지만 나는 소설 <감정의 조각>에서 나오는 찢어지게 가난한 카네프 공작가의 공녀, 로젤리아가 되었다.
그래도 아직 일확천금의 기회는 있었다.
나는 원작 내용을 이용해 마녀의 저주로 영혼의 일부를 잃어 감정을 느낄 수 없는 남자주인공, 아녹 애셔에게 접근했다.
“저는 감정전문가입니다.”
그러다 드레스를 밟고 넘어져 그와 입술이 부딪치는 사고가 일어났고.
“이게 무슨 짓이지?”
“그, 그게, 이건…….”
어떻게 말해야 이 입맞춤 사건을 자연스럽게 해명할 수 있을까?
나는 문득 그의 미간을 발견했다.
‘저거다!’
밀랍 인형처럼 내내 무표정하던 그의 얼굴에 처음으로 선명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이건 감정을 느끼게 하는 특단의 조치였습니다.”
“그렇군.”
아녹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기사들에게 명했다.
“황족 시해 미수범을 체포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