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은 자신과 결이 다른 곳이라고, 이서는 생각했다. 낡고, 가난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이 지긋지긋한 곳을 빨리 떠날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서 누구와도 결이 다른 태무진과는 절대 엮이고 싶지 않았다. 조폭 노릇을 도맡아 하는 남자애 따위. “그 새끼들한테 가서 말해. 태무진의 여자니까. 건드리지 말라고 해.” “뭐?” 턱 끝까지 순식간에 열이 올랐다. 벌어진 이서의 입술이 뭐라 대꾸할지 몰라 움찔거리는 사이 태무진이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덧붙였다. “내가 관리하는 여자인 줄 알면 잠잠해지겠지.” 그 순간, 피가 굳는 것처럼 이서의 머릿속이 정지했다. “미쳤어? 네가 관리하는 여자?! 조폭 짓거리 할 거면 딴 데 가서 해.” 그러나 토끼몰이를 당하는 작은 짐승이 도망칠 곳은 정해져 있었다. 이서는 태무진의 목덜미를 움켜잡고 동아줄처럼 끌어당겼다. 이따위 짓거리, 자신의 첫 키스일 리 없다고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