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때문에 팔려 10년간 온갖 고된 일을 하며 살아온 설아.
그녀는 어떤 사람을 끝방에 가두고 아편에 중독시키라는 주인의 명령을 받는다.
그날 새벽,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끌려온 남자가 의식을 잃은 채 끝방에 갇혔다.
***
“으읏!”
갑자기 뭔가가 팔목을 낚아챘다. 설아는 저도 모르게 신음하며 고개를 들었다. 의식 없는 줄 알았던 남자가 새파랗게 뜬 눈으로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길쭉한 눈매에 보름달처럼 걸린 시커먼 눈동자. 완벽하게 까만 동공이 그녀의 모자부터 반쯤 가려진 눈 그리고 마스크 위를 느릿하게 훑어 내렸다가 다시 눈으로 올라왔다.
눈이 마주친 것뿐인데도 꼼짝할 수가 없었다. 얼굴 위에 시선이 아니라 짐승의 뜨겁고 비릿한 혀가 지나가는 기분이다.
남자가 말할 듯 입술을 벌렸다. 말이라도 했다가 혹시라도 주인이 남자의 목소리를 들으면 큰일이었다.
설아는 남자의 입을 황급히 막았다. 까칠한 손바닥에 남자의 입술이 닿았다.
“쉬… 조용히 해 주세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