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운명의 장난이란 이런 것이던가.
반 이상은 타의로 회사를 나왔을 때도,
고향 집으로 때아닌 피난을 왔을 때도,
이현은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다.
열일곱, 차마 이름도 붙일 수 없는
서툰 감정과 함께 고여 있던 윤태오,
그 애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그것도 웃통을 벗은 채로!
“혹시, 옷 벗고 있는 거 좋아해?”
친했지만 친구는 아니었고,
멀었지만 누구보다 가까웠던 사이.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선을 긋고
거리를 두는 윤태오도 여전했지만…
“한이현…. 가지 마.”
아무렇지 않게 들쑤시는 것도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었다.
“사흘에 한 번씩 우리 집에 와라. 나랑 자자.”
그래도… 이건 전혀 예상 못 한 전개인데?
잠자는 집 속의 윤태오를 위해서라면
유리창을 깨고, 문을 부수어서라도
그의 손을 잡을 준비가 된 이현의
설렘뭉클발칙 로맨스, <미로 속을 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