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은 19세 관람가 작품을 15세 이용등급에 맞게 클린버전으로 수정한 작품입니다.강채헌.고등학교 동창이자 대학교 동기이며 내 오랜 짝사랑 상대.늘 먹이사슬의 꼭대기를 차지하면서도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다정한 남자.봄볕처럼 따뜻하게 웃을 땐 꼭 온 세상이 빛나는 것 같지.그런데. 모두에게 친절한 너는 왜 내게만 불친절할까.[본문 중]강채헌이 누굴 사귀든 정윤과는 상관없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이라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브라운관 속 연예인을 좋아하듯, 그렇게 가망 없고 현실성 없는 욕심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자신이 강채헌과 맺어질 수 있으리라고도 감히 생각한 적 없다. 그렇다고 그의 곁에 다른 이가 있는 모습을 상상한 적 역시 없었다.어떻게 교실까지 왔는지도 모르겠다. 왁자지껄한 아이들 틈에서 혼자 입을 다문 정윤은 의자에 앉아 창밖을 멍하니 응시했다. 쨍한 석양빛이 눈이 시릴 만큼 강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울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 교복만 가만히 쥐어짰다.그날. 정윤은 집에 돌아가 한참을 울었다.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그 누구도 들을 수 없게 홀로 그렇게 울었다. 잘 마른 베개 천이 천천히 젖어 들고 뜨거운 호흡이 힘겹게 뱉어졌다.첫사랑. 걸려도 아주 지독한 첫사랑에 걸린 것이다. 괴로운 사랑의 열병이었다.***“너 스킨십 되게 싫어하나 보다.”스킨십이 아니라 내가 싫은 거겠지만. 서정윤이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둘 사이의 어색함을 깨뜨려 보려는 질문이기도 했다.하긴 생각해 보면, 강채헌이 누군가와 붙어 있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친구와 어깨동무를 한다거나 하는 그런 가벼운 신체 접촉조차 말이다. 태생적으로 타인과 몸을 닿기 싫어하는 그런 타입일지도 모른다.채헌이 테이블 위를 나뒹구는 빨간 사과를 쥐어 들며 말했다.“싫어하지 않아.”“…어?”“좋아해.”순간 정윤은 자신에게 하는 말인 줄 알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입만 벙긋거리고 있으려니 채헌이 무감각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내가 만지는 것도, 다른 사람이 만지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과 닿는 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