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마녀의 장례식

제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여인. 젊고 잘생긴 황태자, 슈벨리안의 태중 혼약자이자 긍지 높은 공작가의 금지옥엽 외동딸인 나, 로체이나 드 비아트리스. 이기적이던 나는 주변의 반대에도 리안을 놓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사랑이 독이 되어 아버지에게 황제 시해라는 끔찍한 죄를 저지르게 할 줄이야. 진실을 깨달았을 때에는 가문의 모든 것이 나로 인해 무너진 뒤였다. “우린, 애초부터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였다. 로체.” 사랑하는 이의 잔인한 말과 함께 눈을 감은 그때, 열여덟의 과거로 돌아온 나. 다시 주어진 삶에 새로운 미래를 꿈꿨건만 그 순간 들려온 황제의 부고에 나는 좌절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번 삶에선 내게 쌓인 업보와 죄악을 풀어내리라. 리안이 진실을 알도록, 날 경멸하도록, 끝내는 날 버리도록, 날 죽이도록 만들리라. 나는 제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여성이 아니었다. 가장 추악하고 탐욕스러우며 타인의 불행을 몰고 다니는 마녀(魔女)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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