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형상화되는 세상에서 상상으로 만들어진 존재들의 이름, 모조품. 어느 날 가장 거대한 모조품인 ‘밤의 여인’의 습격으로 무너져버린 제2 세계. 그곳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인 우슬은 편견 어린 시선 속에 외톨이가 되었다. 그런 그녀에게 먼저 다가온 태양처럼 눈부시고 햇살처럼 따뜻한 안영. “네가 나를 항상 그런 눈으로 봐 줬으면 좋겠어. 날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슬은 어느 날부터 ‘밤의 여인’이 꿈에 나오는 이상한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하고 최연소 입학, 최연소 수석, 최연소 졸업을 한 특사관 부대장, 지준효를 만나게 된다. 펜촉으로 그린 것처럼 날카로운 얼굴과 권위가 느껴지는 냉정한 목소리. 일전에 한 번이라도 마주친 적이 있다면 반드시 기억했을 만큼 뚜렷한 인상.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곱씹어 봐도 남자를 스치듯 본 기억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그는 왜 자신을 자주 만난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부른 걸까. “네가 필요해. 내가 전부 책임질게. 넌 가겠다고만 하면 돼.” 점점 기억해 내는 슬의 잃어버린 과거. 그리고 밝혀지는 ‘밤의 여인’과의 연결 고리. “가고 싶어. 아무도 나를 모르는… 내가 필요한 곳으로….” 일러스트: 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