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미친개가 몽둥이를 물어버리면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아드리안은 남부로 유배됐다. 그녀를 앞장서 쫓아낸 것은 오빠와 황제였다. 속국이 된 남부로 가서 황금향을 찾아오라나. 자고로 오빠 새끼 치고 여동생 인생에 도움 되는 놈 하나 없다더니 딱 그짝이었다. 아드리안은 빠르게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다. 이유는 단 하나다. 오빠가 엿 먹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리고 남부로 간 아드리안은 속국의 왕자 셀레스트를 만나게 된다. *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여자는 어느덧 이죽이던 걸 멈추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로 듣고 싶어? “예. 그리고 도와드릴 수 있다면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그 대신 나는 당신을 도와야 하고?”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드리안은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도와줄 수는 있지. 하지만 내가 너무 손해 보는 일인데.” “…뭡니까.” “현모양처.” “…예?” 셀레스트는 자신이 뭔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못 들었어? 현모양처 될 거라고.” “…….” 내가 아는 현모양처와 같은 뜻 맞나. 셀레스트는 아드리안의 말이 장난인지 아닌지 분간이 가지 않아 눈을 희번덕거렸다. “장난치지 마십시오.” “오빠 새끼 인생 대차게 말아버린 다음에 좋은 남자 만나서 현모양처 될 거야. 애는 열 명쯤 낳고, 남편 바가지도 북북 긁고 살다가, 말년에는 손주들 용돈 주는 재미로 사는 귀여운 할머니가 될 거라고.” 혈육의 인생을 말아버리는 현모양처가 가당키나 할까. 셀레스트는 보기 드물게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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