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멸망과 쾌락 사이

"천하의 윌리엄스 공작이 한낱 더러운 수컷이었다니." 캐서린이 제 발밑에 꿇어앉은 공작을 내려다보며 가시 돋힌 말을 뱉었다. 그조차 감사한지, 공작의 입매가 만족스럽게 휘어졌다. "말씀해 주십시오, 황녀 전하. 이 수컷이 당신에게 욕망을 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신이 아찔하도록 색기 넘치는 미소였다. 캐서린은 흣, 숨을 들이켜며 드레스 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이 남자라면 해줄 수 있다. 썩어빠진, 지긋지긋한 황실을 없애고 나를 끌어내줄 수 있는 사람은 이 남자뿐이었다. 그 대가는 아마도.... "황실을 없애 줘." 이 몸이겠지. "그뿐입니까?" "또 있어." 아무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썩어버릴 몸뚱이 따위, 저 수컷에게 그냥 던져버리자. "이 제국을 멸망시켜 줘." 캐서린의 말에 그가 매우 기쁜 듯 웃었다. "나의 캐서린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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