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을 학살하고 왕도를 멸망시킨 마녀. 엘레인은 그 마녀와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였다. 그러나 비극이 일어난 그 밤. 엘레인은 모든 것을 잃고 20년 뒤의 세상에서 눈을 뜬다. 가슴에 마녀의 심장을 지닌 채로. '그이와 나의 아이...... 리히를, 지켜줘.' 마녀의 마지막 부탁. 그것을 지키기 위해 리히스트를 찾아가지만, 어리고 순수했던 아이는 시리도록 차갑고 냉정한 남자가 되어 있었다. 보라색 눈동자가 건조하게 그녀를 응시했다. "엘레인 경이라고 했나." "충고하는데, 그만두는 게 좋을 거야." 그러나 엘레인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또 복수를 위해 검을 뽑아 든다. 그런 엘레인 앞에 마녀의 죽음에 얽힌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 리히스트의 눈동자에 언뜻 짜증이 어렸다. “엘레인 경, 지금 이게 뭐 하는 거지?” “아, 그게, 뚜껑이 날카로워 보여서요." “……뚜껑 정도는 내가 열 수 있다.” 그들 주변에 있던 기사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왕국의 제일 가는 기사이며, 날카로운 칼날 같은 킬리어드의 공작을, 저렇듯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처럼 취급하다니. 기사들은 한마음으로 생각했다. '저 여자, 보통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