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화(1권) (1/11)

1.

“너 애인 있어?”

“……어?”

애인이라는 말에 얕게 핏대가 선 목이 짙은 분홍색으로 물들었다. 안절부절못하며 퍼뜩 뜬 눈을 바닥으로 내리는 게 영락없이 어딘가에 갇힌 쥐 같았다.

“사귀는 사람 있냐고.”

“……아니.”

“마지막 연애는 언제야.”

“…….”

“응?”

강선은 제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식은땀만 흘리는 이를 다그쳤다. 제 딴에는 친절해 보이려 입꼬리를 올렸지만 그리 부드러워 보이진 못했다.

개미만 한 목소리가 꼬물꼬물 열렸다.

“……없…는데.”

희미했던 예측이 확신이 되는 순간이었다.

저 살갗에 입을 댄 놈이 아무도 없었다, 이거지.

강선의 입술이 호선을 그릴수록 지예준의 얼굴은 점점 울상이 되어 갔다.

흡사 위협이라도 받는 양, 더플백 끈을 꼬옥 쥔 채 벽에 붙은 이는 저보다 키도, 덩치도 훨씬 작은 강선을 내려다보며 꿀꺽, 침을 삼켰다.

✲ ✲ ✲

워낙 인기 없는 수업이라 그런지, 대강의실 규모와는 다르게 모여 앉은 학생들은 스무 명이 채 되지 않았다.

가장 뒷자리에 앉아 쩌억, 하품한 강선은 뒤집어쓴 후드를 더욱 꼼꼼히 여몄다.

아무리 새 학기라지만 초봄은 초봄이었으니.

6: 오늘 만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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