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판 속 전투종족-318화 (318/318)

“자, 여러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할게요.”

“으아아아! 타니아 언니! 분명 마지막이라고 했잖아요!”

“맞아요, 누나! 벌써 그 마지막이 일곱 번 째라고요!”

아이들의 성화에 타니아가 아하하! 웃음을 터트린다.

그리곤 미안하다며 아이들을 최대한 다독거린다.

물론 그 마지막을 절대 무를 생각은 없어 보였고 말이다.

“우리 어린이 친구들! 이 선생님이 뭐라고 했죠?”

“튼튼한 몸에서 건실한 주술이 나온다!”

“네. 맞아요. 몸이 약하면 주술을 다루다가 자칫 큰일이 날 수 있어요. 주술은 그리 만만한 게 아니에요. 때로는 밤도 새고, 또 때로는 몸에 무리도 가고. 그런 상황에서 흔들림을 적게 만들어주는 건 바로 지금 흘리는 여러분들의 땀방울이랍니다!”

그러니까 진짜, 진짜 진짜 마지막으로 한 세트만 더 해요!

타니아의 그 말에 결국 아이들이 흐에엥! 하면서도 기어코 한 세트를 추가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제국 단련장’ 의 감독관, 타니아는 미소를 지었다.

전대 황제가 붕어하고 새로운 황제가 그 자리에 올랐다.

이후 황제는 본격적으로 이전부터 준비하던 일들을 시행해나갔다.

그 중 하나는 보건성에서 준비한 전 제국민의 건강 증진 사업도 있었다.

“체력은 곧 국력! 제국민들이여. 작게는 가정의 화평을 위해, 크게는 제국의 충성을 위해! 그대들의 몸을 더욱 굳건히 하고 항상 단련토록 하라!”

원래라면 제국민들 입장에선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하고 반발했을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미 너무 많은 걸 보고 겪었으니까.

그 굳건한 육체로서 말도 안 되는 위업을 달성한 곳이 북쪽에 있다.

존 나센. 그들 덕분에 제국은 왕국 연합과 남쪽 섬들을 모조리 통합해냈다.

더불어서 그렇게나 골치 아프던 동쪽의 유목 부족들도 제국의 울타리에 넣었다.

그리고 그 울타리 안에서, 새로운 이들이 그 사상을 시행해나갔다.

“형제자매 여러분. 올바른 육체에 올바른 마음이 깃드는 법입니다.”

“신께선 스스로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십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은 간단합니다. 바로 스스로를 갈고 닦아 그 고요함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교단에서 그리 나서며 제국 곳곳으로 여정을 떠났다.

그리고 제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본 체력 단련을 하게끔 이끌었다.

이미 황명으로서, 보건성이 설치되어 제국 정책으로 시행되는 와중에.

제국민들이 따르는 교단까지 나서서 육체 단련을 장려하고 있다.

심지어 그게 잠깐은 힘들어도 결과적으로 보면 굉장히 이로운 일이다.

손해될 게 없다. 몸이 튼튼해지니 잔병치레가 사라지고 허튼 짓을 하지 않게 된다.

술을 마시고, 도박을 하고, 그 외에 이롭지 못한 일을 하는 시간에.

오로지 땀방울을 흘리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이것만으로도 제국이 그 힘을 비축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타니아는 주술 연구와 함께, 전 제국민 체력 증진 사업의 중책도 맡고 있었다.

“자! 다 했나요, 여러분?”

“네에! 선생님!”

“좋아요! 자, 그러면 간단하게 스트레칭 한 번 해주고 다음 자세로!”

“히이이이익!!”

차라리 강압적으로 무섭게 시킨다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저렇게 화사하게 웃으면서, 계속 시키면 더 죽을 맛인데.

한편, 그 분위기에 또 다른 불꽃을 피워준 쪽이 있었으니.

“힘없는 외교는 없는 법입니다! 어서들 따라오세요!”

“에, 예! 소가주님!”

“늦는 분들은 오늘 저와 따로 훈련을 해야 할 겁니다!”

리토리오 대공가의 후계자, 헥터가 기사들을 이끌고 산을 오른다.

아니, 정정하겠다. 그냥 오르는 게 아니라 산길을 미친 듯이 달리고 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제 친가에선 이보다 훨씬 더 높은 산을, 훨씬 더 빨리 주파했습니다! 고작 이 정도도 못한다면 기사라는 이름이 부끄러운 법입니다!’ 였다.

덕분에 기사들은 정말 죽을 둥 살 둥 달려야만 했다.

이곳은 존 나센이 아니고 자신들은 존 나센 사람들이 아닌데.

어쩌다가 이런 존 나센 훈련을 하게 되었는지 참으로 죽을 맛이었다.

이러한 모습들은 다른 두 대공가에도 분명한 영향을 주었다.

정치적인 의도는 없다. 정말 순수하게, 육체 단련을 장려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 단련을 장려하는 곳은 다름 아닌 리토리오 대공가다.

여태까지는 무력보다 외교와 정계 싸움으로 그 위치를 공고히 하던 곳이다.

그런 곳이 이렇게까지 열심히라면 당연히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 슈렐리츠도 질 수 없다! 명색이 제국의 검인데, 우리가 뒤처지면 말이 안 된다!”

“재력이 뛰어나도 그 돈을 감당할 힘이 있어야 하는 법! 뛰어라, 바이엔의 기사들이여!”

세 대공가들이 본격적으로 육체 단련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기사와 사병을 늘리거나 무기와 군량을 비축하는 형태가 아니다.

정말 오롯이 기존의 사람들을 최고의 최고로 만들려는 움직임.

조금이라도 존 나센을 따라가야 한다는 간절한 의지가 섞인 모습이었다.

“우리 리토리오는 제국의 모든 외교를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짊어진 곳입니다! 그러한 곳이 어찌 자신을 지킬 힘도 없이 외교롤 논하겠습니까! 어불성설입니다!”

“허억, 허억!”

“대답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에, 예에에에! 그렇습니다!!”

헥터의 재촉에 리토리오 기사들은 그리 외칠 수밖에 없었다.

당장 자신들의 작은 주인인데. 언젠가 이 리토리오 대공가의 주인이 될 텐데.

그 뜻에 반박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랬다간 존 나센의 피를 지닌 작은 주인이 웃으면서 허리를 접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상황이 이러니 황실 기사단은 이들보다 더 이를 악물고 노력해야 했다.

대공가의 기사단에게 황실 기사단이 밀린다? 전부 입에 칼을 물든가 해야 한다.

명색이 제국 최고의 기사들인데, 황실의 검인데, 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그 황실 기사단을 더욱 채찍질하는 존재가 있었다.

“뛰라고! 뛰어! 안 죽어, 안 죽어! 걱정하지 말고 계속해!”

현 황제의 조카, 에르제베트. 10대에 이미 제국 10강이 된 일명 황실 최종 병기.

압도적인 무력으로 존 나센을 제외하면 제국 최강자라는 말까지 듣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 전에는 동쪽 평원 너머 또 다른 세상에 원정까지 다녀왔다.

제 큰어머니의 고향이 정마대전인지 뭔지 하는 것 때문에 시끄럽다고.

마땅히 그 분의 조카로서 그 소란스러움을 잠재우고 오겠다고.

그렇게 뛰쳐나가더니 정마대전이란 것을 단 한 달 만에 끝내고 돌아왔다.

당시 나이가 딱 열다섯. 열다섯에 한 세상을 뒤흔들던 대전쟁을 끝내버린 것이다.

그렇게 그쪽 세상에까지 제국의 존재감을 완벽하게 찍고 돌아온 에르.

덕분에 그녀에겐 황실 최종 병기라는, 반은 장난이요 반은 진담인 이명이 붙었다.

“정자세! 똑바로 안 하지? 황제 폐하께 말한다? 어어? 그래도? 자꾸 이러면 할아버지랑 아빠 부를 거야! 황실 기사라는 것들이 정자세도 못한다고! 그렇게 해줘?!”

그 말에 황실 기사들의 안색이 시퍼렇게 질려간다.

여전히 현역인 존 나센 남작. 그리고 그만큼은 아니어도 역시나 무시무시한 카일 존 나센.

두 사람에게 자신들 이야기를 한다고? 그것도 단련 부분 문제로?

“으아아! 으아아아아아!!”

황실 기사들이 괴성을 지르며 기절하는 한이 있어도 정자세를 잡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모범을 보여야 하는 거야. 이렇게 보여주어야 제국민들이 따라오지! 황제 폐하의 그 깊으신 뜻을 우리 아랫것들이 성실히 따라야 해! 그러니까 이 악물고 제대로 해! 알겠어?!”

“예! 에르제베트 님!!”

“좋아! 그래야 우리 제국의 황실 기사지! 너도 할 수 있어!”

두 손에 두꺼운 원판을 든 채 열심히 응원하는 에르.

그 앞에서 속으로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는 황실 기사들이었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는 자들은 황실 기사들만이 아니었다.

“요즘 참으로 기쁘고 또 기쁩니다.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께서도 잘 지내시고. 사촌동생도 잘 크고 있고 말이지요. 더해서 고모님께서도 고모부를 만나시고 웃음이 늘으셨습니다. 고모님의 아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 가득 평안함이 깃들더군요.”

“그, 그러십니까.”

“추, 축하드립니다. 성자님.”

그러자 요한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어보였다.

“거기에 너무나도 소중한 우리 에르, 타니아, 헥터까지. 모두가 잘 하고 있습니다. 우리 남매들에 거는 어머님들의 기대가 컸는데 이리 부응하고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모두, 모두 굉장하신 분들이니 응당 그러셔야죠. 더 잘 해내실 겁니다.”

“후후후.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자,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 3분만 더 추가하는 건 어떨까 하는데요?”

“서, 성자님!”

“제발! 1분! 1분만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사제들의 말에 요한은 하하! 하고 인자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안 됩니다.”

“허억!”

“3분 버티세요. 교단의 사제라는 분들이 이것도 못 버틸 수 없습니다.”

요한의 말에 사제들이 입술만 뻥긋거리는 수밖에 없는 이유.

현재 요한의 등 위에는 원판이 자그마치 다섯 개나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그 요한은 아무 흔들림도 없이 잘만 버티고 있는데 본인들이 어떻게 한단 말인가.

“크헉.”

“크읍.”

그리고 이 주변에는 성기사들이 원판을 하나씩 등에 둔 채로 같이 플랭크를 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사제들은 아무 의견도 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더 강해져야 합니다. 신의 뜻을 따르는 우리들은, 언제든 저 연약한 제국민들을 위해 맨손으로 몬스터를 잡고, 무너진 울타리와 건물을 다시 쌓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했지요?”

“끄, 끊임없는 자기 단련이라고 하셨습니다. 성자님께서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요. 거기에 무엇이든 참아내는 인내심까지 있으면 금상첨화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신의 뜻을 널리 퍼트리기 위해서라도. 조금이라도 힘을 더 냅시다.”

교단의 성자가 그리 말하는데 어느 사제나 성기사가 싫다고 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신의 뜻까지 논하는 것은 말 그대로 ‘가불기’ 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오늘도 교단의 모든 이들은 요한과 함께 구슬땀을 흘려야만 했다.

*

제국력 302년 3월 – 하늘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며 이상한 자들이 몰려들다.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러 왔다며 제국에 전쟁을 선포하다.

이상한 무기와 처음 보는 힘으로 제국민들을 불안케 만들다.

황제께서 노하시어 친히 적들을 심판하시겠다 천명하시다.

제국력 302년 4월 – 주술 연구소의 타니아, 리토리오 대공가의 헥터가 출전하다.

교단의 성자 요하네스가 단신으로 적들을 전부 생포하다.

황제 폐하의 조카 되는 에르제베트가 공식적으로 전쟁을 마무리하다.

하늘에서 내려온 자들은 무릎을 꿇고 자비를 구하다.

제국력 302년 5월 – 존 나센에서 본인들을 부르지 않은 것에 서운함을 표하다.

황제께서 난처해하시니 타니아, 요하네스, 헥터, 에르제베트가 찾아가다.

제국력 302년 6월 – 아직 사라지지 않은 구멍 너머로 존 나센이 뛰어들다.

저곳에도 마땅히 존 나센 의지를 알리겠다며 그 뜻을 밝히다.

-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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