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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전투종족-255화 (255/318)

본인이 지니고 있던 달력에 또 다시 하루가 지났음을 표기한다.

가이는 그걸 잠시 바라보다가 안도의 한숨을 흘렸다.

이곳 신대륙에 도착한 지도 벌써 두 달이 가까이 흘렀다.

불편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아주 나쁘지만도 않은 시간.

그러는 동안 겨우 함의 집중 방호 구역에 대한 수리를 마칠 수 있었다

“확실한가? 정말 출항이 가능하다고.”

“예, 가이님. 다행히도 마법 대포처럼 폭발하면서 배 전체에 피해를 준 것이 아니라, 정말 깔끔하게 관통이 나면서 오히려 그 덕분에 피해가 크지 않았습니다.”

엔지니어의 말을 떠올리며 가이는 다행이라는 듯 다시 한 번 안도의 한숨을 흘렸다.

드디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으니, 당연한 일.

하지만 동시에, 다시 한 번 공포감이 엄습하는 감정도 느꼈다.

‘그 견고한 배에 그리도 깔끔한 관통을 낸 것이, 마법 대포도 아니고 사람의 투창이라니.’

다른 사람이라면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냐고 했을 말.

기껏해야 방패 정도나 겨우 뚫을 수 있는 투창이 어떻게 선체 벽을 뚫느냐고.

하지만 가이는 보았다. 바로 그 날, 본국의 함대들이 침몰하는 광경을.

거대한 해일이 일었다. 굉음이 한 번 울려 퍼지니 배들이 사라졌다.

어떤 함은 그대로 격벽까지 전부 파괴되어 침몰했고.

또 어떤 함은 스쳐 지나간 창 한 자루에 그대로 전복이 되었다.

보고만 있어도 소름이 끼치는 장면이었는데, 더 충격적인 건 그 짓을 한 청년.

존 나센 남작가의 카일이라는 그는, 그 어떤 장비도 걸치지 않은 맨몸이었다.

‘어떻게 사람이, 그런 힘을 낼 수 있단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이곳에서 좀 지내면서 서로의 격차를 깨달았다.

기술 부분은 분명 본인들의 세상이 앞서있는 것이 맞다.

하지만 순수한 마법 부분은 자신들보다 이쪽 세상이 더 앞서있다.

특히나 실생활 부분에서는 그 격차가 가히 압도적이었다.

공간 이동 마법이라니. 그런 건 듣도 보도 못 한 마법이었다.

당장은 편리함을 위한 마법이지만 그게 전쟁에 쓰인다면?

그 외에도 그런 비슷한 종류의 마법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본국 함대의 생존자들 증언에 따르면, 식민지 건설도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지.’

어림도 없는 소리다. 당장의 전투에서는 이겼을지 몰라도 전쟁은 힘들다.

이쪽 마법이라는 것은 언제든지 전쟁 부분으로 그 쓰임새를 돌릴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고전이 예상되는데,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주술이라고 했지. 본국에는 물론이고, 다른 국가에서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그야말로 온전히 이쪽 세상만이 지니고 있는 또 다른 마법.’

최소한 마법은 마나 방해 장치로 어떻게 견제할 수라도 있다.

하지만 주술은? 그것을 어떻게 막는가. 아니, 애당초 막는 건 가능한가?

지금이야 방어에 치중된 쪽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지만.

방어가 가능한 것은 반대로 언제든지 공격 쪽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게 자신들에게 날아든다면, 과연 대응할 수 있겠는가.

‘이곳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식민지는 고사하고, 역으로 저들이 쳐들어온다면 본국이 엄청난 고전을 면치 못 할 수도 있어.’

이미 거기서 제국에 대한 평가는 아주 높은 곳까지 찍은 후였다.

하지만 가이의 충격과 공포는 거기가 끝이 아니었다.

“가이님. 곧 시작할 것 같습니다.”

“아. 가겠네. 가야지.”

부하들과 함께 가이가 도착한 곳에는 포크만도 서있었다.

참모 역할로 가이를 수행하던 그는 현재 제국을 돌며 그곳을 살피고 돌아온 후였다.

“포크만.”

“가이 님. 소식 들었습니다. 드디어 본국으로 귀환이 가능하다고요.”

“그렇지. 본국에서 꼭 잡으라는 이들을 데리고 가는 건 아니지만….”

듣기로 제국에선 망명자들을 정식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단다.

이제부터 이들은 제국의 보호를 받으니, 이들을 적대한다면 제국을 적대하는 것이라고.

직접 황명까지 떨어졌으니 이제 이쪽에선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

원래라면 그 소식을 접하는 순간 절망해야 정상이다.

내려진 임무도 제대로 수행을 못 하고서 돌아가면, 그 이후는 뻔하니까.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오히려 반드시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다.

본국의 생존자들에 대한 귀환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이유가.

‘본국은. 아니, 우리 쪽 대륙의 어느 누구도 이곳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바다 건너 신대륙을 식민지로 삼겠다고 누군가 달려든다?

그보다 더 한 악몽은 없다. 오히려 역으로 자신들의 세상이 식민지가 될 수도 있다.

다행인 건 이들이 아직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는 것인데.

그마저도 자신들이 먼저 불을 질렀으니 이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알려야 합니다. 절대, 다시는 그런 생각조차 못 하도록.”

포크만도 가이의 생각을 읽었는지 굉장히 진중한 목소리를 냈다.

“가이님.”

옆에 서있던 부관이 아래쪽을 가리킨다.

그곳에는 아군 함에 실려 있던 최신형 슈트를 입은 비행병이 서있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준비 되었죠? 준비 되었으면 손 한 번 흔들어보세요.”

자신들에게 ‘재앙’ 이 무엇인지 몸으로 알려준, 카일이라는 청년이 있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시작부터 전력으로 나오세요. 전 경고했습니다.”

카일의 그 말에 비행병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린다.

육중한 최신형 전투 슈트를 걸친 자와, 평상복을 걸친 이의 대결.

본국이었다면 무슨 미친 짓이냐고 온갖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

“….”

하지만 지금은 가이도, 포크만도, 그리고 그의 부하들 어느 누구도.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우우웅!-

그 사이 비행병이 땅을 도약하며 날아오른다.

자신들이 가지고 왔던 두 대의 슈트보다 훨씬 더 좋은 버전이다.

관절부의 움직임부터 마력석에서 뽑아내는 마력까지, 전부 상위 호환이다.

저 정도 슈트라면 1개 편대로 전장을 휩쓰는 것도 충분할 정도다.

콰아앙!!-

그 슈트가 있는 힘껏 내려친 주먹을, 카일은 한 손으로 받아냈다.

기기기긱!!-

강철과 강철이 부딪치며 쇳소리가 흘러나온다.

슈트에 굉장한 과부하가 걸리는 것인지 푸른 연기까지 새어나온다.

그 정도로 비행병이 슈트를 한계치까지 운용하고 있다는 것인데.

“음. 이게 최신형이라고요. 다를 게 없는데.”

아무래도 저 카일이라는 청년에겐, 거기서 거기였던 모양이다.

쯧, 하고 가볍게 혀를 찬 그는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 붙잡혀있던 슈트가 그대로 허공으로 치솟는다.

공중에서 겨우 균형을 잡고 비행 상태를 유지한 비행병.

하지만 그 직후, 가볍게 도약을 한 카일이 바로 앞까지 들이닥쳤다.

“…저게 진정, 사람이 맞긴 한가 의문입니다.”

포크만의 말에 가이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체 어떤 인간이 도약 한 번 한다고 허공으로 치솟는단 말인가.

저게 가능하다면 다들 멀리뛰기로 이동하는 게 훨씬 나을 지경.

“으랏챠.”

그러는 사이, 카일은 기어코 한 손으로 비행병을 메다꽂았다.

정확히는 한 손도 아니다. 엄지와 검지로, 슈트의 어깨 부분을 잡고서.

딱 비행병이 죽지 않을 정도로 해서 일격에 패퇴시킨 것이다.

[ 끄윽! ]

슈트 안에서 비행병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흘러나온다.

최신형 슈트에, 비행병도 편대장을 맡던 최고 고참병을 태웠는데.

그 결과가 이렇다. 사람 하나를 당해내지 못 했다.

가볍게 손을 털어낸 카일은, 멀리서 구경을 하고 있던 제국민들에게로 다가갔다.

“보셨죠. 이래서 이런 거에 기대선 아무 것도 안 된다는 겁니다. 왜 저런 거에 기댑니까. 어차피 저것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여러분들에게도 다 있는데. 육체를 단련하세요. 끊임없이, 쉬지 않고, 아. 물론 가끔은 쉬어야 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 말에 제국민들이 아아, 하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가이와 포크만, 그리고 다른 대륙의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공포스러운 장면이다.

저 청년 하나도 감당이 안 되는데 저 청년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제국 사람들?

만에 하나 나중에 저들도 저 청년과 비슷한 수준까지 성장한다면?

“가이 님. 제국에서 시간을 좀 보내면서 엄청난 소식을 하나 들었습니다.”

“그게 무엇인가.”

거기에 포크만이 전해준 내용은, 거기에 기름을 확 붓는 격이었다.

“저 카일이라는 청년이 속한 곳 말입니다. 존 나센이라 불리는 곳. 그곳을 상대로 이곳 제국이 과거 몇 년 동안이나 전쟁을 지속했답니다.”

“저런 청년이 떼거리로 모인 곳과, 몇 년 동안이나 전쟁을 벌였다고? 그게 말이 되나?”

“저도 믿을 수가 없어서 계속 알아보았지만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 말에 가이는 허, 하고 기가 막히다는 탄식을 내뱉고 말았다.

자신들은 총사들과 마법 대포, 그리고 비행병 전부를 동원해도 자신이 없는데.

저것들과 싸우기는커녕 마주치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것 같은데.

이곳 대륙의 제국이라는 곳은 그런 자들과 몇 년을 싸웠다고?

그러고서도 이 정도의 거대한 국가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라고?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건 저 청년과 그 사람들만이 아니구나!’

‘이런 미친. 그렇다면 이 제국이 지닌 저력이 대체 얼마라는 거냐. 상상조차 안 된다.’

가이와 포크만, 그리고 다른 모든 부하들까지.

본인들이 온갖 조롱과 멸시를 당한다고 해도 꼭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다.

절대 이곳을 함부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예 이쪽을 보면서 무언가 하려는 생각조차 말아야 한다.

그나마 제국이 평화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여서 다행이다.

이 인간들이 만에 하나 먼저 바다를 건넜다면, 그리고 자신들을 마주했다면.

과연 본국은 이들을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한 달? 두 달?

“보세요. 얼마나 쉬워요. 이렇게 딱! 하고!”

콰아아앙!!!-

마법 대포를 사용해야 겨우 날릴 수 있는 거대한 대포알.

그걸 맨손으로, 대포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게 공중으로 날려버리는 카일을 바라보며.

이들은 생각했다. 한 달? 장난하나. 하루면 모든 게 끝날 것이다.

“대체 우리는 어떤 세상에 온 건지….”

“제 말이 그 말입니다. 한 시라도 빨리 돌아가서, 이 모든 걸 알려야만 합니다.”

없던 애국심도 갑작스레 솟아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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