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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전투종족-248화 (248/318)

핑- 핑-

“…이제 겨우 따라잡은 것 같습니다.”

신호기를 확인하던 포크만이 고개를 들곤 주변을 확인한다.

정말이지, 너무나 길고도 길었던 항해였다.

아무리 최고 기술을 동원한 함선에 숙련된 선원들을 긁어 모았다지만.

그럼에도 자연이란 역시나 너무나 거대하고 또 거스르기 힘든 것이었다.

보통의 선박이었다면 진작 추격을 포기하거나 아예 표류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회에서 내려준 이 최신식 마력 기선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물론 여기에 들어간 마석만 해도 공화국 총 수요량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치.’

말 그대로 정말 무지막지하게 많은 마석을 들이부은 것이다.

이 짓을 하면서까지 꼭 추격을 해야 하나, 싶었지만 어쩔 수 없다.

한 번 힘으로서 정권이 뒤집힌 후에는 무조건 숙청이 있는 법.

혹 살려두면 나중에 최악의 적이 되어 나타나는 게 정치의 숙명이다.

그러니 아예 포기하고 내실을 다지던가, 아니면 아예 죽여 싹을 자르던가.

선택의 기로에서 이번 의회는 후자를 택하고 결정을 내렸다.

“포크만.”

“예, 가이 님.”

“저기 보게.”

추격대의 대장인 가이가 수평선 너머을 가리킨다.

“처음에는 섬인 줄 알았어. 하지만 그 크기가,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것 같군.”

“잠시 확인해보겠습니다.”

망원경을 꺼내든 포크만은 내부의 마석을 작동시켰다.

그러자 렌즈 너머로 확대 마법이 퍼지는가 싶더니 더 자세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섬은 아닌 것 같습니다. 수평선와 지평선이 맞닿은 걸 보니, 아무래도 대륙 같습니다만.”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몇 차례 정체불명의 선박과 마주치지 않았었나?”

“그렇습니다.”

“그 부분으로 봤을 때, 이곳 대륙의 수준은 어느 정도로 보이나.”

가이의 물음에 포크만은 으음, 하고 난색을 표했다.

아직 제대로 된 것을 본 적조차 없는데 어찌 예상하라는 건지.

하지만 추격대 대장은 가이고, 자신은 일개 참모에 불과하다.

상관이 무엇이든 답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내놓아야 한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일단 지나치던 섬마다 강력한 마법 대포는 없었습니다. 그 부분으로 봤을 때 우리 쪽이 근소하게나마 우위를 점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다행이군. 도망자 놈들이 혹 이곳과 손을 잡고 다시 건너오면 어쩌나 싶었는데.”

의회에서 이들까지 보내면서 도망친 자들을 잡으려는 이유.

그들이 의회 이전에 나라를 다스리던 왕실의 혈통을 빼돌렸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공화국이 세워진 이래 주변 국가의 온갖 견제를 받고 있다.

매일이 전투이고 전쟁이다. 징병하는 속도보다 전사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

와중에 도망쳤던 자들이 왕권 복권을 외치며 돌아온다면?

겨우 쟁취한 공화정은 다시 무너지고 온갖 외세들이 침략할 것이다.

‘굳이 여기까지 따라와서 전부 처리하려는 것도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포크만이 보기에 이전 정부나, 현 의회의 의원들이나 다 똑같았다.

차라리 왕정 시대가 더 나았다는 말도 나돌 지경이다.

“얼마나 남았지?”

“앞으로 한 시간 정도 더 간다면 따라잡을 것 같은데….”

“가이 님!”

갑판장이 한 지점을 가리키며 살짝 높아진 목소리를 낸다.

“앞쪽에 선박이 보입니다. 크기로 보아 전함일 수도 있습니다.”

“마스트가 저렇게 크고 많다면… 그럴 가능성이 높군.”

“뭡니까. 벌써 이곳이 우리들을 적으로 간주했다는 겁니까?”

“그럴 만도 하지. 갑작스레 나타나서 이곳저곳 뒤집는데 누가 반길까.”

가이는 즉시 함 내부에서 대기하고 있던 비행병들을 호출했다.

1개 편대, 두 명에 불과하지만 숙련된 이들이니 걱정은 없다.

“기동하되 전투는 되도록 피해라. 아직 우리 쪽에 대한 적의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오히려 저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단, 낌새가 이상하다면 마스트를 공격해서 기동력을 없애도록. 시간을 엄수해라. 마석 양이 한정되어 있으니 비행은 30분이 최대다.”

타대륙, 타국, 전혀 다른 세상. 원래라면 신경 써야 할 게 한 두 개가 아니다.

가이의 명령을 들으며 포크만은 속으로 정말 이래도 되나, 생각을 했다.

자칫 잘못하면 바다 건너 새로운 세상까지 적으로 돌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외교 관계를 위해서 온 자들이 아니다.

그리고 본국에 있는 자들도, 당장 미래를 내다볼 겨를이 없다.

그보다는 당장 본인들 목을 벨 수 있는 명분에 신경을 쓸 뿐.

슈우우-!

비행병들이 마석을 이용한 비행 슈트를 착용한다.

굉장히 크고 무겁지만 일단 튼튼하고 비행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마석이 주 원료이기에 어지간한 인간은 손쉽게 제압할 수 있다.

본국의 근위병 및 총사들도 이 슈트 앞에선 무력할 지경.

때문에 한 개의 편대만 있어도 어지간한 적 전력은 충분히 무력화가 가능했다.

“통신 확인.”

“확인. 1호기 감도 양호.”

“2호기 감도 양호.”

통신까지 확인을 한 비행병들이 천천히 상승한다.

그리고 저 앞쪽에서 다가오는 거대한 범선을 향해 다가간다.

“확인.”

[ 군함은 아닌 것으로 판별. ]

[ 마법 대포 보이지 않음. ]

“으음.”

가이가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진다.

“…어떻답니까?”

포크만이 다가와서 상황을 묻자 그는 침음을 한 번 더 흘렸다.

“일단 군함은 아니라는데… 안에 총사급 실력자로 보이는 인물이 몇 있다는군.”

군함은 아니지만 총사 급 실력자가 탑승하고 있다.

거기까지 생각한 가이는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마스트만 제거하고 이탈해라.”

“가이님?”

[ 명령 확인합니다. 정말로 공격합니까? ]

“총사 급 실력자가 있다면 마법 대포가 없어도 충분히 마법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바다 위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어. 당장 도망간 놈들이 어떤 식으로 접선을 했을지도 모른다.”

[ 확인. 마스트 제거하겠습니다. ]

비행병들이 정찰 비행에서 공격 대형으로 비행 방식을 바꾼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포크만은 다급히 가이에게 말했다.

“가이님! 아무리 총사 급 실력자가 있어도 아직 모르는 거 아닙니까!”

“자네 뜻은 이해해. 하지만 우리도 결과물을 들고서 하루 빨리 돌아가야 한다네.”

“하지만….”

“가족들이 보고 싶지 않나? 적어도 나는 그러하네. 여기 선원들도 그렇고. 우리가 받은 명령은 무슨 수를 써서든 도망자들과 국왕의 혈통을 데리고 오는 거다. 그걸 수행하기 전까지는 돌아갈 수가 없어. 돌아간다고 해도, 의회 놈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게 확실하다.”

가이의 말에 포크만은 입술만 깨물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왜 이번 임무에 동원되었는가.

바로 현 의회의 의원들에게 곧장 투항한 군부 세력이 아닌.

상황을 지켜보다가 나중에서야 합류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자신들은 아직 믿을 수 없는 자들인 거다.

해서 가족들을 반 인질로 붙잡고 이런 명령을 내린 것이다.

수행하면 믿어주는 거고, 아니면 아닌 것으로서.

“하지만… 그래도, 이건 사서 적을 만드는 일이 아닙니까.”

“마스트를 제거한다고 해서 선전포고 수준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거 아닌가. 긍정적으로 보지. 그도 힘들다면 그냥 지금 당장만 보게. 우리는, 조금의 빈틈도 있어서는 안 돼.”

두 남자가 논쟁을 벌이는 사이, 비행병들이 마침내 공격에 들어갔다.

아니. 정확히는 공격에 막 들어가려는 찰나였다.

콰아앙!!!-

폭음과 함께 2호기가 있던 위치에서 폭발이 일었다.

잠시 후, 검은 연기 사이로 2호기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상황! 상황 보고!”

[ 2호기 격추! 반복한다. 2호기 격추! ]

“2호기 응답하라. 응답해! 응답!”

[ 2, 2호기! 추진체 파손! 조종 불가! ]

“상황 보고해라. 제대로 상황 보고해!”

[ 대공 마법! 아니면 함포! ]

조금 전까지 함포는 없다더니? 설마, 함정이란 건가?

가이의 생각에 온갖 경우의 수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실 이미 도망자들은 진작 망명을 청했고, 그게 받아들여졌으며.

저기서 오는 함선은 자신들을 꿰어내기 위한 속임수라면?

“1호기! 즉시 이탈해라! 반복한다. 이탈해라!”

[ 2호기는 어쩝니까! ]

“당장 아군함이 함포 사격 거리 안이다. 조난 지점을 확인하고 차후 구하러 온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탐색조라도 보낼 테니 일단 당장 복귀하라!”

[ 수신 확인! ]

방향을 튼 1호기가 함으로 귀환하기 시작했다.

가이는 즉시 이탈해야 한다며 막 명령을 내리려는 찰나.

우우우우웅!!-

무언가 대기를 가르며 날아드는, 섬뜩한 소리가 귓전을 때리고.

콰아아앙!!-

섬뜩한 소리를 내며 배로 날아든 그 무언가가 그대로 선체를 때려 부순다.

“크아아악!”

“뭐, 뭐야!”

“함포 공격인가?!”

“그, 그런 것 같습니다!”

“피해 확인해라! 데미지 컨트롤 준비!”

“갑판 아래로 침수 발생! 선체에 구멍이 났습니다!”

그 말을 들은 가이는 확신했다.

저들이 지닌 마법 대포가, 정말 엄청난 성능을 지녔다고.

나름 최신식 함정을 끌고 온 것인데 한 번에 관통이 난다니.

‘역시, 역시 함정이었어!’

이를 악문 가이는 응사를 명하려고 했다.

어차피 선공을 당한 상황에서 더 볼 것도 없었다고 생각하며.

여기서 벗어나지 못 하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임하려고 했다.

“또 온다!”

“우아아아!”

콰아아아앙!!!-

하지만 적함이 보유한 마법 대포는, 정말 상상을 초월한 물건인 모양이었다.

단 두 발의 공격에 격벽까지 뚫리고 침수가 시작된 것이었다.

“마석실 피격! 침수! 침수!!”

“엔진실 마비! 움직일 수 없습니다!!”

가이와 포크만은 이 엄청난 상황에 말을 잃고 말았다.

*

“명중.”

“카, 카일. 정말로 이래도 되는 거예요?”

“방금 못 봤습니까. 이쪽 배 건드리려고 하는 거.”

카일은 다시 한 번 옆에 놓인 원판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아주 힘껏 저 멀리 보이는 배로 내던졌다.

콰아아앙!!-

선체를 관통하는 깔끔한 샷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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