熲 187 화〉허락된단 하루, 치팅데이
하루가참 길다. 지옥 훈련을 거치던 때보다 더 긴 것 같다.
!
그래도 이제 곧 끝이 보인다. 한 명만 더 거치면 하루 일과끝이다.
‘이렇게 피곤할줄은꿈에도몰랐어.’
신身이 문제 가 아니라 심心이 문제다.
티샤, 엘가, 그리고 황녀까지 만나면서 덤덤한 척을 했다.
하지만 카일 또한 알게 모르게 긴장도 하고 기대도 하고, 다했다.
다행히도 마지막은 성녀다. 믿어 의심치 않는 성녀님이다.
아주 조금은 긴장을 풀어도 되 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아니지 . 티샤도 그렇고 언제든 돌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성녀의 친구가누구인가. 계속 자신 위에 올라타던 황녀다.
애당초 성향이 다르니 쉽게 변하지는 않을 테지만 영향을 아예 받지 않은 건아니다.
정신 똑바로 차려 야 한다. 원래 쉬운 운동 할 때 더 크게 다치는 법이 니까.
“방심하지 마.”
거기에 황녀와 헤어지기 전 그런 말까지 하지 않았던가.
설마, 하면서도 성녀가 변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조심하자.
방심해서 여지를 주는 순간, 다른 세 여자도 눈이 돌아갈 거다.
“성녀님. 여기 계셨네요.”
긴장을 풀지 않은 채, 성녀가 기다리고 있다는 장소로 향했다.
뉘 엿뉘 엿 저물어 가는 해를 바라보고 있던 성 녀 가 인기 척을 느끼곤 몸을 돌린다.
“오셨어요? 어머. 피곤해 보이시네요, 카일 형제님.”
그 말에 카일이 엇, 하고 탄식을 흘린다.
황녀 때까지만해도 속내가 드러나지 않도록 잘 제어하고 있었는데.
성녀 앞에 서서 그런지 저도모르게 순간풀어졌던 것 같다.
긴장하자고 스스로에게 되뇌고 또되뇌었는데 이렇게 바로 무뎌줄줄은.
스스로를 타박하며 재빠르게 피곤한 기운을 지워버린다.
“그래 보였습니까? 긴장을 좀 많이 해서 그런 것 같네요.”
“긴장을 하셨다고요? 카일 형제님께서도 긴장이란 걸 하세요?”
정 말로 궁금하다는 듯 연신 고개를 갸웃거 리는 성녀.
그도 그럴 게, 제국 10강인 황녀나 프리실라 단장과도 아무렇지도 않게 싸운 카일이다.
거기에 10강급에 준하는 실력자 둘까지 단신으로 패배 시키기도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만 있는데도 얼마나 가슴이 떨렸던지.
싸우면서 긴장이 되지는 않았냐고 물었더니 카일은 아뇨? 라고 답했었다.
강한 척을 한 게 아니다. 그냥 정말로 긴장 자체를 안 한 것이다.
결정적으로 프리실라 단장조차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을 부모님, 형, 누나 로두고 있다.
거 기서 지 내 던 카일로서는 어지 간한 상황에도 긴장이 란 걸 안 할 위 인이 되었다.
그런 남자가 긴장을 했다고 하다니, 상상이 가지 않았다.
“원래 어떤 남자든 여자 앞에 서는 다 긴장하는 법 이니까요. 특히나 미 녀 앞이라면.”
카일의 대답에 성녀가 넷? 하고 살짝 놀란 반응을 내 비친다.
미녀라 함은 티샤, 엘가, 그리고 황녀까지 전부 말하는 뜻일 터.
이러지 않으려고했는데 또 걱정하는 마음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혹시 저를 만나는 지금은 긴장을 안 하시는 걸까요?’
라는 질문까지, 저도 모르게 하려고 했을 정도였다.
첫 번째는 욕심이 없다고 해도 누구나 꼴찌는 싫은 법이다.
그것은 성녀라고 해도,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
“참고로, 지금도 여전히 긴장 중이랍니다.”
성녀가 앉아있던 벤치 옆에 앉으며 카일이 미소를 짓는다.
“가장 긴장되는 것 같기도 하네요. 흠흠.”
본인이 말해놓고도 부끄러워 미칠 지경이지만 어쩌겠는가.
앞선 여자들에게 이보다 더 부끄러운 것도 해주었는데.
본인 때문에 뒤로 쳐지는 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 것은 하렘을 택 한 자의 의 무이 자 반드시 따라야 하는 룰이 다.
단순하게는 그녀들을 위한 것이고, 미래를 보면 자신을 위한 것이다.
“후훗.
대답이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성녀가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는 잠깐 동안 하늘을 바라보다가 입을 연다.
“원래는 정해진 시간을 아주 꽉 채워서. 그렇게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
는데, 카일 형제님이 피곤하신 모습을 보니 그럴 마음이 안 드네요.”
“저는괜찮습니다. 정말로요.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아뇨. 제가 안괜찮아서 그렇답니다.그러니까, 조금만 이렇게 있을게요.”
자리에서 일어선 성녀가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카일이 그 뒤를 따라 속도를 맞추자 고개를 돌린다.
“벌써두 달이다지났어요.”
“그렇군요. 두 달동안 고생 참 많으셨습니다.”
“뭘요. 오히려 카일 형제님이 더 고생 이셨죠.”
“제 가 무슨 고생을 했다고 그러십 니까.”
그러자 성녀 가 다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내 젓는다.
눈치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주변 사람들에게서 이런저런 보고도 받는 다.
“참 열심히 하고 있다고, 그렇게 가족분들께 말씀해주시는 거 들었어요.”
“아….”
“프리실라 단장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남작님과의 대련이 끝나고 돌아 가는 길에, 카일 형제님께서 매일 좋은 말만하고 있다고. 아들의 믿음을 저 버리지 않는 분들이라 남작님 본인도 기분이 좋다고 말씀하셨다죠.”
아버지, 거 참. 그런 이 야기 하지 말아달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살짝 난처하면서도 또 기분이 아주 나쁘지는 않다. 오히려 은근히 좋다.
가족들이 자신을 위해 손님들을 너그러이 봐주고 있다는 거니까.
“그러고 보니 예배당 건설은 어찌 되셨습니까?”
“제가 말씀을 안 드렸나요? 저번 주에 완공되 었어요.”
“벌써 말입니까? 꽤걸릴 줄 알았는데요.”
“그렇죠. 솔직히 저도 많이 놀랐답니다.”
이후 이어진 성녀의 말은, 존 나센스러운 이야기들이 었다.
보상도 필요 없고 고맙다는 인사도 괜찮다.
이렇게 새로운 방법으로 중량 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리 말하며 존 나센 사람들이 궂은 일들을 순식 간에 끝내버 렸다는 것.
‘상상이 간다. 아마도 좋은 일도 하고, 과부하도 주고. 일석이조라며 싱글벙글했겠지.’
이 렇게만 보면 사람들이 참 순수하고 또 착한 것 같다.
다만 외양이 너무 무시무시해서 야만족이라는 오해를 살 뿐이다.
“여기 분들,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이제는 너무 좋은 분들 같아요.”
“그렇습니까?”
“네. 가끔은또 너무재미있기도해서 정신없이 웃기도 했고요.”
예배 당을 세우고 처음으로 기도문을 외우던 날, 존 나센 사람들의 기도를 듣고 처음으로 기도를 하다 웃을 뻔 했다고. 성녀는 입가에 미소를 한가득 띤 채 말을 이 어나갔다.
“내일은 더 많은 중량을, 더 강한 과부하를 주시길. 하는데, 역시 여기 분들답다고 할까요.”
« ” …-
기도를 접수하던 신이 뭔 이런 기도가 있냐고하실 것 같은데요.
몇몇 사제들은 경직된 분위 기에서 경건한 기도를 외우는 걸 좋아하던데.
다행히도 성녀는 그런 쪽으로 굳혀진 것은 아닌 듯 했다.
그랬다면 재미있다, 가 아니라 ‘기도문은 그렇게 외우는 거 아닌데!’ 라고 했겠지.
“섭섭할정도에요.며칠 후에 떠난다는게.”
“대신 힘든 단련은 이제 안하시지 않습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게 좋기는해요!”
히힛! 하고 웃는 모습에 카일도 결국 따라서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도 몸이 약하던 성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한데 지 금은 비 록 원 판은 없다지 만, 봉을 올리 고 스쿼 트도 할 수준에 이 르 렀다.
근육 빠방한 모습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부의 견고함은 생겼을 터.
‘이 정도면 나중에 운동 부족으로 무슨 큰일 생기는 일은 없겠지.’
성 녀 가 몸이 약해서 어디 가 아프다, 혹은 쓰러 졌다. 그런 상상을 하니 너 무 나 끔찍하다.
자신이 옆에 있는데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존 나센으로서 수치다.
“감사해요, 카일 형제님. 덕분에 두 달, 정말즐겁고 또 보람찼어요.”
“제 가 한 게 뭐 있다고 그러십니까. 여기 오신 건 성녀님의 의지고, 버티신 것도 결국 성녀님의 의지 였습니다. 저는 한 게 없어요.”
“옆에 같이 계셨다는 것만으로도 제겐 충분했답니다.”
그랬다면 참 다행이라고. 속으로그렇게 중얼거린 카일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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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손 좀 잡아도 되 겠습니 까, 성녀님?”
여태까지의 노력에 대한보상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주었다.
“•••좋아요.”
살그머니 내민 성녀의 손을 조심스레 잡아본다.
투박하고 거친 카일의 손에 비해 굉 장히 따스하고 부드럽 다.
“카일 형제님.혹시, 아카데미 졸업 후에 어쩌실 건지, 여쭤 봐도될까요?”
“졸업 후라 하시면….”
“이곳 존 나센 남작령으로 돌아가실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잖아요. 차 기 남작이 아니 니 꼭 돌아가야 할 의 무가 있는 것도 아니 고요.”
맞는 말이 다. 실제로 카일도 그 부분을 고민했었다.
방학에 야 고향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지 만, 졸업을 한 후에 는?
자신이 존 나센에서 따로 할 일이 있을까? 없을 거다. 아니, 장담하건데 없 다.
요즘 들어서는 제국에 있는 편이 낫다는 생각도 한다.
단순히 여자들 때문만은 아니 다. 카일 스스로도 알고 있기 때문이 다.
자신은 남작령보다는 제국이 어울린다. 이곳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게 적격이다.
황제나 제국 귀족들도 바로 그런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부모님이나형님,누님의 생각은 어떠할지 모르겠네.그게 중요한데.’
아무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은 이는 성녀가처음이다.
다들 당장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 거냐, 거기 에 집중하고 있던데 .
왜 황녀가 성녀더러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했는지 알 것 같다.
“그런 질문을 무슨 이유로하시는지, 물어보면 실례일까요?”
“아뇨. 그런건아니에요.”
“허면, 혹시 저더러 교단에 올 생각은 없냐. 그 질문을 하고 싶으신 겁니 까?”
당연히 그거라고 여겼다. 성녀는 교단 소속이니까.
교단에 조금 더 이득이 되는 부분으로 생각을 했을 테니까.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이번에도 ‘아니요.’ 였다.
“아니시라고요?”
“네.”
“그러면”
“카일 형제님께서 졸업 후에 제국에 남으신다면. 저도그 시기에 맞춰서 성녀 자리를 내놓을 생각이에요.그렇게 하면, 좀 더 확실히 형제님 곁에 있을 수 있을것 같은데.”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