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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전투종족-186화 (186/318)

<186 화〉허락된단하루, 치팅데이

“좋지?”

만나자마자 대뜸 저리 물으면 무슨 대답을 하라는 건지.

카일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니 황녀가 재차 질문을 던진다.

“좋냐고 묻는 중이잖아.”

“그러니까 뭐 가 좋냐고 묻는 건데요.”

“내가 만들어준 이 상황.”

이 것은 근거 가 있는 자신감일까, 아니 면 그 반대 일까.

카일은 기 가 막히 다는 표정으로 황녀를 바라보았다.

굳이 따지자면 데이트 언급을 황녀가 먼저 꺼내긴 했다.

즉 이 상황을 만든 건 황녀가 맞긴 하다. 그래, 맞기는 한데.

그건 원래부터 존 나센에 치팅데 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 니 까 황녀 가 다 한 일도 아니고. 원래 데 이트가 아니 라 탄수화물 보충 하는 날이다.

“황녀님 덕분에 아침부터 고생하고 있긴 하죠.”

“고생이라고 말하기엔 그대의 표정이 꽤나 밝은데.”

“안 밝습니다.”

“밝아. 평소보다, 꽤나 많이.”

이상하다. 이번에는표정 관리도 똑바로 했고, 주변 사람도 없는데.

여자들은 하나 같이 왜 이렇게 감이 좋은지 알 수가 없다.

“티샤랑, 또 엘가랑. 뭐했어?”

“그런 거 안묻기로 합의했다면서요.”

“누가 그런 걸 다 지켜. 살짝 어 기고 하는 거지.”

그런 말을 제국의 황녀가하고 있다니, 폐하가들으면 기겁을 할 거다.

타의 모범을 보여 야 하는 직계 가 어 겨도 좋아! 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황녀 저하. 제발 체통을지키소서.

슬그머니 반 농담, 반 진담으로 쓴 소리를 해본다.

하지 만 역시 나 통하지 않았다. 오히 려 깔깔거리 며 웃기 다고만 한다.

“아하하! 진짜, 너무 재미 있어. 강한데, 강한 사람들과는 또 다르단 말이 야

” •

“그거 칭찬인지 저번부터 궁금했는데, 좋은뜻 맞습니까?”

“좋지 않다면 내가 이렇게 매달릴 필요가 없잖아?”

하기 야. 직 진밖에 모르는 여자가 싫은데 다가올 리 가 없지.

솔직히 카일 본인은 아직도 제 어떤 부분이 황녀의 호감을 이끌어냈는지 의문이었다.

“자.오후부터 저녁 시간 전까지는 오롯이 내 거. 뭐할까? 카일?”

“소유 당하고 싶다하더니 거짓말이었네요? 내 거라는 말을 쓰다니.”

그냥 한번 던져본 말이었다. 한데, 황녀는 그걸 또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생 각해보니 그러 네 ? 그러 면 네 가 하자는 대 로 하자. 나 어떻게 할래? 라

괜스레 위험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그런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거 기 에 또 복장도 굉 장히 불량하다. 그렇지 않아도 네 여 자 중 가장 공격 적인 몸매다.

그것만으로도 위험한데 옷은 또 왜 이리 달라붙는 옷을 주워 입은 건지.

“그러고 보니까궁금한점이 있더라고.”

“뭡니까.”

“내 가 세 여 자랑 합의 를 봤단 말이 야? 그런데 네 가 그 합의를 무효로 만 들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러면 나는 죄가 없잖아. 그냥 네 의견에 동조만 한 거니까.”

“그러니까 대체 무슨 합의를 봤고 무슨 내용이 라는 건데요.”

카일의 물음에 황녀가 ‘이런 거?’ 하고 제 가슴을 살짝 들어 보인다.

그덕분에 ‘이런 거’가무엇인지,바로상상할수 있었다.

•••이런 거가 칼로리 소모에 얼마나도움이 될지 순간 고민했다.

아무튼, 그래도 앞선 두 여자는 최대한 티는 안 내려고 노력했었는데.

확실히 황녀는 다르다. 저리 대놓고표현까지 하다니.

“왜 합의를 봤는지 알 것 같네요.”

“왜 그랬을것 같은데?”

“막아두지 않으면 황녀님이 바로 달려들테니까.”

“내가무슨 발정 난 짐승처럼 보이는 거야?”

최소한 발정 난 짐승은 달려들어도 쫓아낼 수라도 있다.

그러나 황녀는 그럴 수가 없다. 힘으로는 가능할 것 같은데, 그 다음이 문 제다.

아무리 존 나센이 라고 해도 황녀를 짐승 다루듯 팰 수는 없다.

“이러고 있기만할 거예요? 뭘 할지 얼른 말해야따라주죠.”

“따로뭐할생각 없는데?”

“예 ?”

“나는 그냥 이러고 있어도 되 거든.”

이러고 계속? 오후 내내, 해 떨어지 기 전까지 ?

이럴 바에 차라리 운동을 하던가. 그도 아니면 잠이라도 자던가.

엘가의 경우처럼 차를 마시는 것도 아니고 앉아서 뭘 하자는 건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니 황녀가 킥, 웃음을 터트린다.

“꼭 뭐를해야하는 건 아니잖아? 난그런 거에 의미부여 하긴 싫어.”

“저 기요. 데 이트라는 금단의 단어를 꺼낸 쪽이 바로 황녀님 이세요.”

“그렇다고 무언가 특별하거나 대단한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인데, 황녀가 맞는 말을 하니 틀린 것 같다.

정말로 저게 진심 인가 싶어서 카일이 묘한 눈길을 한다.

그러자 황녀가 흐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자리에서 일어선다.

“혹시 그게 신경 쓰인다면, 이러고 있는 걸로 할까?”

“네 ? 갑자기 왜 다가오는… 아니, 잠깐만!”

급히 말려보려고 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풀썩-.

제 위에 완벽하게 올라탄 황녀. 심지어 그냥 앉은 것도 아니다. 마주보고 있다.

이러면 그림이 묘해진다. 아니, 묘해지는수준이 아니다. 선 넘는그림이다.

그리고 장소도 문제 다. 아무도 없는 산도 아니고, 엘 가가 찾은 비 밀 장소 도아니다.

사람들이 자주 오고 가는 대 로변이 다. 지금 잠깐 뜸하다고는 해도 누군가 는 올 것이다.

“내려가요! 뭐하고 있는 건데요?!”

“싫어. 계속이러고 있을래.”

“제가싫다니까요! 누가보면 어쩌려고 이럽니까!”

“보라고 이러는건데?”

다시 한번 황녀를 말려보려는데 옆에서 인기척이 난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돌아보니 불행 중 다행으로 남작 부인은 아니 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다행이 라고도 할 수는 없는 인물이 었다.

“음?,,

한가로이 산책을 즐기던 닐 영감이 평소 그답지 않게 당황한 표정이 된다.

지금 내 가 뭘 보고 있는 거지 嘗 하는 기색 이 역력하다.

“어어 … 크흠. 흠:

나는 아무 것도 못 봤습니다. 하는 헛기침을 하면서 몸을 돌리는 닐 영감.

그러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카일 쪽을 바라본다.

“작은 도련님 .힘내시길. 응원하겠습니 다.”

“그런 거 아닙니다! 영감님 ! 닐 영감님!”

이 영감님이 지금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아니라고!

당장 일어 나서 해 명을 하고 싶 었지 만 위 에 올라탄 황녀 가 허 락하지 않았 다.

단련할 때도 안 내던 전력을 다해서, 카일이 일어나지 못 하도록 누른다.

이 정도면 닐 영감이 오는 것까지 계산한 건 아닐까.

그런 황당한 경우의 수까지도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닐 영감이 사라지니 그제야 힘을 푸는 황녀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냥보고만 있으니 씨익, 미소를 짓는데.

와. 이건, 무슨 암사자가 먹 잇감을 보고 웃는 느낌이 다.

“자꾸 이러면 큰오해를 산단 말입니다, 황녀님.”

난 괜찮아.

“제가 안괜찮은데요? 제가 안 괜찮다고요.”

“나 그렇게 막 싫은 건 아니라고 했잖아?”

“이러면 막 싫어질 수도 있는 법이죠.”

일부러 최대한 냉정한 목소리로 말하니 그제야 살짝 풀이 죽은 모습이다.

그리고는 슬쩍 카일의 눈치를보더니 ‘내려가?’하고반문한다.

“당연한소리를. 제발 좀….”

내려가라, 라는 말을 하려고 하는데 그게 잘 나오지를 않는다.

마음 약해지 면 안 되는데. 저런 불쌍한 표정 지으면 무시를 못 하겠다고.

심 지 어 그 표정 짓는 여 자가 황녀 라니 까 더 이 상하다. 무서울 지 경 이 다.

“아니,됐어요.차라리 이러고 있죠.그표정 볼바에 차라리 그게 낫겠네.”

풀이 죽어서는 히잉, 거리는 황녀? 상상하니까 더 소름이 돋네.

귀 찮게 하고, 제 멋대로인 경향이 강한 그녀지만, 그래서 좋은 거다.

축 쳐져서, 기운이 뚝 떨어져서 늘어진 황녀는 보고 싶지 않다.

“이건 알아줘. 난 네가 어떻게든 날좋아했으면 해서 노력 중이야.”

“노력을 하는 건 좋은데,그 경로가 잘못 되 었어요.”

“그 정도로 잘못된 거야?”

“길을 잘못 든 수준이 아니 라 가면 안 되는 곳으로 가고 있다고 할까요.”

카일의 대답에 황녀가 말한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좋다고 들었 다고.

그 말에 고개를 내 젓는다. 그리고 틀린 부분을 지 적해준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눈치 껏, 선을 넘지 않으면서 해 야죠. 황녀님.

부담이 되 는 순간 그건 대 시 가 아니 라 공격 이 된 단 말입 니 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는데?”

기껏 처음에 본인이 답을 던져두고 이게 뭐하는 건지.

고개를 내저은 카일이 콕콕, 하고 황녀의 옆구리를 찌른다.

잠깐 좀 비켜보라는 뜻에 그녀가 물러서자 자리에서 일어난 카일은.

“황녀님이 만들어준 지금 이대로, 진짜 멀쩡한 데이트부터 하는 거죠.”

그녀의 손을 붙잡고서 걸음을 옮겼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가치도 없는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무 것도 정하지 않은 길을 그냥 걸어보는 것.

그런 식의 데이트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해 봐요.”

“응?

“황제 폐하께서 걱정 안 하셨어요?”

날아든 질문에 잠깐 고개를 갸웃거린 황녀가 입을 연다.

“폐하는 안 하신다고 하셨는데, 황태 자 전하 말로는 하신다고 해.”

“안하시는게 이상하죠.저 같아도딸이 이럴까봐 걱정인데.”

“그러면 난 딸 말고 아들로 낳으면 될까?”

또, 또. 자꾸 이런 식으로 직진만 하다 못 해 들이박으니 문제란 겁니다.

카일 이 그러 지 말라는 뜻으로 혀를 차자 황녀 가 합, 하고 입 을 손으로 가 린다.

“앞서나갈필요 없어요.그냥저랑같이, 천천히 여유롭게.”

“하지만우위를 점하려면 무엇이든 먼저, 아니면 강렬하게 하는 게 좋다 고….”

“맞을 때도 있지만, 지금 황녀님은 충분히 먼저고 충분히 강렬해요.”

한번 내밀어본 칭찬카드.그런데 생각보다반응이 좋다.

하지 말라고 말리고, 설득하고, 그럴 때보다 더 얌전한 것 같다고 할까.

“사실좀 초조하기는 해.”

얼마나 걸었을까. 황녀가 입술을 열곤 슬쩍 속내를 보인다.

“성녀님도 그렇고, 리토리오 대공가의 공녀나, 심지어 티샤라는 평민까지. 느껴져.카일,네가굉장히 잘대해주고있다는 거.”

“그 여자들만큼이나 황녀님도 잘 대해주고 있는 건데요.”

“알아. 알고 있어.그래서 더 초조한 걸 수도 있겠네. 여태 나는항상위에 있었는데,나랑 같은 위 치 에. 혹은 더 높은 곳으로 누군가가 있을 수도 있다 고 생 각하니까 말이 야.”

티 샤나 엘가도 아니고 황녀 가 저 런 걱 정을 했다니 .

낯설면서도 또 그녀의 성격이나 삶을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다.

그리고 그 초조함의 원인 제공은, 분명 카일 자신도 했을 것이다.

.

“안 그래도 돼요. 황녀님은 지금도 충분히 멋진 사람이니까요.”

슬쩍 손을 올려 황녀의 머리를쓰다듬는다.

신분상으로 따지면, 심지어 나이로 따져 보아도 황녀가위에 있다.

그런 상대의 머리를 무슨 아이 다루듯 쓰다듬고 있다.

아마 황실의 누군가가 봤다면 괴 성을 내 지르며 분노를 표했을지도 모른 다.

“•••이거, 나쁘지 않아.좋아.”

하지만 황녀의 생 각은, 조금 다른 듯 했다.

“머리, 더해줘. 얼른쓰다듬어줘.”

얼마든지요. 웃으면서 황녀의 머리를 찬찬히 쓰다듬어준다.

그 손길을 무척이 나 행복한 표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황녀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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