熲 180화〉허락된단 하루, 치팅데이
“남작님.
닐 영감이 내민 서류를조용히 내려다보는존 나센 남작.
약 두 달, 길면서도 또 짧은 시 간 동안 이루어진 결과에 대한 보고서 였다.
“다행히도 도중에 포기하는 이는 나오지 않았습니 다.”
“의외군.특히, 여기 이사람들.”
“교단의 사제들 말입 니까? 저도 의 외 였습니다. 한 달이나 버티면 기적 이 라고 여 겼는데,두 달이 다 되 어 가는 동안 이 를 악물고 버 티 더군요.”
정말신에 대한믿음이 사람을더 강하게 해주는 것인가?
약물처럼 부정한 방법도 아니고, 마나처럼 비겁한 수도 아니라면.
그 종교라는 것, 한 번 정도는 제대로 들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존 나센 남작은 그리 생 각하며 다음 장으로 넘 어갔다.
“이 청년은빼게.”
“예? 하지만 이 청년이 현재 가장 압도적인 성장치를보였습니다.”
“그건 당연한 것이지 . 성장치 최고를 찍지 못 했다면 그게 이상한 법이 야.”
다른 누구도 아닌 본인이. 존 나센 남작이 직접 가르쳤다.
굴리고, 단련시키고, 재촉하고, 예리하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최고 수준의 성장치를 지니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음••• 그래도 제 생 각엔 이 이 안이 라는 청년이 원래부터 아주 대단한 잠 재력을 지녔던 것 같습니다만. 앞으로 계속 이곳으로 불러서 관리를 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
“본인이 필요하면 오겠지.한곳에 얽매일 청년은 아니더군.”
그 말에 닐 영감도 더는 반대 의견을 내비치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사람에 대한 평 가는 한 번도 틀린 적 이 없는 남작이 다.
“다른이들은 어떠한가.”
“다 비슷합니 다. 썩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지 만 잘 따라왔습니 다.”
“그래야지.누구 손님이고, 어떤 곳에서 가르쳤는데.”
“아마 우리 영지 에서 배운 만큼만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괜찮아질 겁니 다. ”
그건 그들의 선택에 달렸지.유지하느냐, 아니면 돌아가느냐.
존 나센 남작은 보고서를 닐 영감에 되돌려주고 창가로 다가섰다.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갔다. 두 달이,벌써 지날 줄이야.
이제 일주일 뒷면 제 막내아들은 다시 제국으로 향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몇 개월 동안 아카데미에서 지내게 될 거다.
‘돌아가서도 기껏 가르친 이들이 엇나가지 않도록 잘봐줘야할텐데.’ 집을 떠나는 아들에 대한걱정? 그런 걸 왜 하나. 알아서 잘하겠지. 그보다는 여기서 기껏 두 달고생한 이들이 돌아가면 혹시 허물어질까. 겨우 쌓은 기본을 본인들 스스로가 무너트리지는 않을까, 그게 걱정이다. 본인이 쏟은 노력을 본인이 무너트리는 것보다 안타까운 일이 어디 있겠 는가.
부디 카일이 곁에서 힘껏 도와주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아,남작님. 이틀 후가‘그날’입니다.”
“그 날? 아아. 그렇군. 그 날인가.”
“예,그날입니다.”
!
고개를 끄덕인 존 나센 남작은 이전과 같이 준비하라고 말했다.
그에 닐 영 감은 고개를 끄덕 이고선 남작의 집무실을 나섰다.
“끄응.,,
침음을 한 번 내뱉은 남작은 옆에 놓아두었던 덤벨을 손에 쥐었다.
남들은 한 손에 하나씩만 드는 것도 감당이 안 되는 무게 인데 .
지 금 이 남자는 한 손에 두 개 씩 쥐 고서도 아쉽 다는 모양새 였다.
‘솔직히 그날이 정말필요한지 아직도의문이란말이야.’
이전부터 지녔던 의문이다. 아예 본인 때에 없앨까생각도했다.
굳이 그 날이 없어도 다들 알아서 쉬지 않고 내달리는데.
어느 누구도 의문을 가지지 않고, 지치지도 않고 나아가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남작령이 되기 전부터 존재했던 유구한 역사다.
본인 스스로의 결정만으로 함부로 해할 것이 전혀 아니다.
“그 날이 왜 있냐고. 단순히 하루의 즐거움을 찾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약해져가던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고, 무뎌져가던 노력에 다시금 예기를 돋게 하는 날이다.”
과거 자신의 조부가 했던 말을 떠올리는 존 나센 남작이었다.
치팅데 이.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
널
콰앙!!-
굉음과 함께 이안이 붕 떴다가 그대로 바닥에 처박힌다.
이미 몇 번이나 뒹굴었는지 몸은 먼지투성이에 피까지 엉겨 붙어있다.
그럼에도 얼굴 표정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검을 쥔 손도, 그 손을 지탱하는 상체도, 땅을 디디고 있는 하체도.
어디 하나빈틈 따위 보이지 않고굳건한 자세 그대로였다.
“후우.
내뱉는 호흡 또한 아직 여유가 있음을 여실히 알려준다.
무엇보다 검에 맺힌 저 예기는, 오직 강자만이 내보일 수 있는 것이다.
‘많이 늘었네. 진짜 많이 늘었어.’
예전의 이안이었다면 이쯤해서 지친 기색을보였을 거다.
검술이나 마나를 다루는 것과는 아예 다른 문제다.
체력. 그리고 근력. 몸을 움직이는 것을 받쳐주는 근본 중의 근본.
그것들이 약하면 마스터 급의 검술도, 대마법사 급의 마나도 소용이 없다.
이안은그 약점을 훌륭하게 메우는데에 성공했다.
당장 카일 본인이 이렇게나몰아붙여도저리 버티지 않는가.
“오늘은 이쯤하죠.” “나는 아직 더할수 있는데.
“까불지 말고요. 내가 왜 그만 하자고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이 이상부터는 카일도 ‘진심’ 으로 나서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상처에 피와 먼지 좀 엉겨 붙는 것으론끝나지 않는다.
아무리 못해도 어디 한곳 크게 다칠 각오는해야한다.
“•••그러면 관두지.솔직히 나도조금은 힘든 것 같아.”
맨 처음 대 련을 했을 때 몇 번 만에 나가떨 어졌던 이 안이다.
그걸 생 각해보면 지금 그는 정 말 많이 성 장한 것이 다.
단 두 달 만에 , 존 나센 남작이 가르쳤다고 해도. 정 말 대 단한 일이 다.
‘주인공 버프가 확실하긴 하구나. 아버지도 내심 좋아하는 눈치 였고.’ 만약 방학 기간을 틈타 방문한 것이 아니라 휴학을 하고 왔다면.
반년에서 길게는 1년까지 예상하고서 존 나센을 찾아온 것이라면….
‘그래.못해도진짜 10강수준까지 바로올라갔을 거야.’
가르친 사람이 다름 아닌 그 존 나센 남작이 다.
그 가르침을 받는 사람은 원래부터 재능이 독보적이다.
거 기 에 마음가짐 도 무조건 강해 지 겠다, 이것 하나 뿐이니 완벽한 삼위 일 체.
“이 안. 언제 자리 한 번 마련해줄 테니 황녀님 이나 프리실라 단장님 이랑 한 번 해봐요.”
“제국 10강과? 음… 아직 시기상조는 아닐까싶은데, 카일.”
뭐래, 저 인간이. 여태껏 나랑싸운 건 그럼 뭔데.
아무래도 제국 10강, 10강 하니 너무 고평가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실상은 카일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오를 수 있는 자리다.
그런 자신과 여태껏 매일 싸워놓고 이제 와서 10강과는 좀 그렇다?
“이 안. 아버지께서 첫날에 뭐 라고 했죠?”
“하라면 하고, 까라면 까라.”
“그렇죠.그러면 여기서 당신이 해야할말은?”
“당연히 싸워야겠지. 그렇게 하겠다.”
역시 재수 없는놈하나 사람으로 탈바꿈시키는 데에는육체적 고통이 최 고다.
초월적인 존재 하나 붙여놓고 ‘너 까짓것 아무 것도 아니다.’ 주입해주고.
그렇게 해서 그 자존심 부숴놓고 거기에 착실함을 새겨두면 된다.
“그럼 좀 씻고 아버지한테 가요.하실 말씀 있는 것 같던데.”
“•••알겠다.
카일의 입에서 ‘아버지’ 이름이 나오자바짝 긴장하는 이안이다.
두 달 내내 봤으니 이제 조금은 적응을 해도 무리 가 없을 텐데.
아직도 저렇게 무서워하는 걸보니 진짜대단하긴 하다.
오늘도 거하게 한 판 하고, 다시 단련장으로 걸음을 옮긴다.
벌써 두 달이 다되 어간다. 일주일 후면 아카데미 방학도끝이다.
그 말인 즉, 고향을 떠 나 다시 자유의 땅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
음.솔직히, 자유의 땅이 맞는건가싶긴 하다.
아카데미에 가서도 딱히 달라지는 게 없었으니까.
그래도 고향에서처럼 이 악물고 단련까지는 안 하니 자유가 맞으려나.
덜컹-.
단련장 문을 열고 들어 가니 가장 먼저 보이는 건 티샤.
“후우. 후우.
99
승모근 위 에 봉을 얹은 채 스쿼트 삼매 경이다.
아직 존 나센 사람들처럼 무지막지하게 원판을 끼우지는 못 한다.
그랬다간 무릎이 그대로 아작나거나 허리를 다치 거나, 둘 중 하나다.
그래도 자세 만큼은 굉 장히 좋다. 저대 로라면 중량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 다.
“하아.”
잠깐봉을걸쳐두고, 앞에 놓아둔책의 페이지를 넘긴다.
처음에는 봉만 가지고 하는 것도 힘들어하는 티샤였다.
그러나 지금은 저렇게 책을 펼쳐두고 주술 공부를 하면서 단련도 하고 있 다.
‘아주 바람직해.’
슬쩍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역시나 비슷한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레그 프레스 머신을 차지하고 있는 엘가도 한 손에는 서류가 잡혀있다.
현재 대공가에 대한 상황을 주기적으로 보고 받고 있는 모양.
후계 자가 두 달 가까이 타지 에 머물고 있음에 도 이 상한 말은 나돌지 않는 것같다.
대공이 내부를 잘 정리했거나, 아니면 사람들이 존 나센의 눈치를 보고 있 거나.
“황녀님. 저좀 봐주시겠어요?”
“오늘은 원판 달생각이야, 성녀님?”
“아직 허락을 못 받았어요.”
“그러면오늘도 봉이겠네.”
목소리 가 들린 곳에 서는 벤치를 준비 중인 성 녀와 그 앞에 서 대 기하는 황 녀가 있었다.
혹시나 성녀가 봉을 놓칠까 슬쩍 손을 넣는 게, 역시 친구가 맞긴 하다.
아아, 다들너무 열심히 해서 뿌듯하다못해 미안한데.
남들은 노느라 바쁠 아카데미 방학 동안에 여기서 미친 듯이 구르지 않았 던가.
결국 본인들이 원해서 왔다지만 그래도 안쓰러운 건 안쓰러운 거다.
‘그러니까좋은 소식 전해줘야지.’
짝짝!—
카일 이 박수 소리 를 내 자 그제 야 출입구 쪽을 바라보는 여 자들이 었다. 서로운동에 심취해서 카일이 들어온 것조차몰랐던 것 같다.
“카일? 언제 왔어요?”
“방금요. 전할 말이 있어요. 하면서 들어요. 괜히 하던 거 관두지 말고.”
아마 엄청 좋아하지 않을까? 심히 기대가된다.
“이틀후가치팅데이에요, 여러분.”
어때요.즐겁죠? 기대되지 않습니까?! 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다. 그 말을 들은 여자들은 딱히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그게 뭔가요, 카일 형제님 ?”
“•••아.”
그제야 깨달았다.저 사람들, 내가치팅데이 한번을 안주고 단련시키고 있 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