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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전투종족-162화 (162/318)

熲 162화 嗲대공은 이미 정해졌습니다만?

말없이 복도를 걷고 있는 두 남녀, 카일과 엘가.

우연인 것인지 아니면 노린 것인지 둘의 방이 비슷한곳에 위치해 있었다.

덕분에 방으로 돌아가는 길이 정확하게 겹쳐버렸다.

또각또각-.

자신의 바로 뒤를 조용히 따라오는 리토리오의 공녀.

카일은 몸을 돌려서 운을 떼고 싶은 걸 몇 번이나 참아냈다.

‘분명 뭔가 할 말이 있는 눈치 인데.’

자신이 알고 있는 엘가라면 벌써 입을 열었어야 한다.

그러나 연회 장을 벗어나 복도를 걷는 바로 이 순간까지 , 엘가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입술을 꾹 닫은 채로 제 방으로 돌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러는 사이 리토리오 측에서 내 어준 방에 다다랐다.

혹시 이제라도 이야기를 할까싶어 뜸을 들였는데, 역시나 말이 없다.

“먼저들어가 보겠습니다.”

자신의 방 앞에 다다른 카일이 문고리를 붙잡으며 그리 말했다.

얼른할 말해보라는 뜻이었으나 엘가는대답을 하지 않았다.

제 앞의 카일을 묘한 눈길로 지그시 바라보는 것이 전부다.

괜히 난감해져 흠흠, 헛기침을 하며 방문을 열고 들어선다.

그리고 좋은 밤 보내 라는 인사와 함께 막 방문을 닫으려는 찰나.

덜컥-.

별안간 문이 휙, 하고 열리더니 미처 막기도 전에 엘가가 안으로 들어온다.

“엘 가님?”

갑작스러운 상황에 카일이 당황해서는 엘가를 부른다.

하지만 그녀는 카일의 부름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 안으로 들어갔다.

급히 뒤를 따라 가보니 엘가는 방 중앙의 소파에 엉덩 이를 붙인 후였다.

다른 곳도 아니고 리토리오 대공가 안이 다.

사방 곳곳에 리토리오의 사람들이 가득하다.

괜한 말이 돌아서 좋을 게 없으니 얼른 내보내는 게 맞다.

자칫 후계 자 싸움에 서 불리 한 부분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테 니.

“엘가님.괜한말이 나오면 손해를볼 수 있으니 얼른….”

“아까 그 말, 무슨 뜻으로 한 말이 에요?”

불꽃을 연상시키는 눈동자를 반짝이며 엘가가 질문을 던진다.

그녀도 대충 감은 잡았을 것이다. 다만 확인을 하고 싶을 뿐.

다른 누구도 아닌 카일 본인의 입으로서 확신을 얻고 싶은 눈치 였다.

“아까한말이라하시면….”

“계속 옆에서 있겠다는그 말.”

엘가의 물음에 카일은 별 말 없이 그녀를 쳐다본다.

“내 가 착각하는 게 아니라면, 당신의 그 대답. 내가 원하던 것 같은데요.”

내가 원하던 것. 그 뜻이 무엇인지 카일은 정확히 알고 있다.

숨길 필요 없다. 뒤로 물러설 이유도 없다. 이젠 정말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착각한게 아닙니다.엘가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내 말이 맞다고요.”

“엘가님이 제게 지닌 그 마음 말입니다. 저도 이제 막출발선에 선 것 같아 서. 그래서 이왕출발선에 선 거 제대로 한번 시작해보려고 결론을 내렸습니 다.”

대 답을 들은 엘가가 두 눈매를 살짝 좁힌다.

그리고는 맞은편에 앉은 카일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뗀다.

“•••상상했던 것보다는… 뭐랄까. 잘와 닿지가 않아요.”

무엇을 상상했을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대충 알 것 같다.

순수한 마음, 그것에서 비롯된 남녀 간의 애틋한 감정은 아니라고 해도.

최소한 두근거리는 심장을 붙잡은 채로 연심을 속삭일 줄 알았던 걸까.

지금처럼 굉장히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이러니 저럴 만도하다.

“아마도 그럴 겁니다, 엘가님. 지금 저는 당신이 괜히 다른 걸 내려놓을까, 무엇보다 그게 가장 걱정되 어서 일부러 당신의 손을 잡은 거니까요.”

“무슨 말이에요? 혹시 내가대공의 자리에 오르려는 게 당신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아닙니까?”

당연히 아니다. 나도 내가원하는 게 있어서.꿈이 있어서.그래서 대공이 되려는 거다.

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은데 무언가 턱, 목에 걸려서 나오지를 않는다.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여인의 감이 말한 것이다.

여기서 또 제 마음을 숨기면 영영 기회는 오지 않을 거라고.

지금 이 순간 어떻게든 저 사람의 마음을 곁에 두어야 한다고.

“•••다, 다는 아니에요. 한… 반.그래! 반 정도?!”

솔직한 엘가의 대답. 그에 카일이 작은 미소를 짓는다.

그러더니 엘가의 옆에 앉고선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본다.

“엘가님. 전부터 진짜묻고싶었던 건데.제가왜 좋은 겁니까?”

“네? 그거야 당신만이 유일하게 나를… 아! 잠깐만! 차, 착각하지는 마요! 알다시피 나는 정치적인 이유들까지 합쳐서 당신과손을 잡은 거니까요!”

“그렇군요.”

“으읏! 다, 당신도! 당신도 나랑 비슷하잖아요. 대공가의 공녀니까. 존 나 센과 부딪쳤던 리토리오니까. 그 부분들을 이용하기 위해서 나랑 계속 붙어 있는거잖아요?!”

“그렇긴 한데, 엘가님이 리토리오 대공가의 공녀가 아니었다고 해도 다른 이유를 들어서 당신과는 계속 가까운 사이로 있으려고 했을 것 같네요.”

그러 자 엘 가가 놀란 표정을 짓곤 카일을 바라본다.

지금 한말이 진심이냐는뜻이 역력하게 배어있다.

“아무렴 설마 제 가 리 토리 오의 공녀 라서 손을 잡았겠습니 까? 대 공을 원 해서 여태까지 곁에 있었겠습니까? 무슨 권력에 미친 애송이도 아니고. 상대 가당신이라서 그런 겁니다. 당신, 엘가님이라서.그래서 곁에 있었던 겁니다. ”

분명 틈도 많고 고쳐 야 할 부분도 많으며 어 리숙한 모습도 있지 만.

그걸 다 제치고도 엘가는 분명 좋은 여자다. 사랑받을 이유가 있다.

저만의 매력이 있다. 엘가의 매력은 예리함과 어리숙함의 공존. 거기에 있 다.

굳은 심지를 지녔고, 머리도 좋고, 실행할용기도 있고.

동시에 아직은 연약한 부분도 있어 의 지하고 싶어 하기도 하고.

그렇게 의지하고 싶은 상대를 찾는 이에게 어깨를 내어주는 것.

썩 나쁘지는 않겠다고, 처음 엘가를 만났을 때부터 생각했었다.

“저는 엘가님이 좋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대공에 올랐으면 합니다. 대공이 되 었으면 해서, 당신이 나 리토리오 대공께는 죄 송하지 만 공자님을 완전히 찍어눌러둔 것이고요.”

어차피 대공위를 이어받을 후계자는 빠른 시일 내로 정해져야 할 터.

허면 이왕 누구 하나 정해야 할 거 내 여자가 대공이 되면 좋다.

정계에 욕심을 내는 게 아니다. 그냥 엘가가 대공이 되기를 원하니까.

그녀가 원하기에 자신 또한 할 수 있는 선에서 힘껏 밀어주는 거다.

이런 걸 외조라고하나?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도 있다.

그리고 존 나센으로서 하렘을 할 거 좀 더 거하게 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하고 싶은 거 다 해요. 제 가 힘껏 도와드릴 테니. 대공이 되고 싶어 했잖아 요? 대공이 되어서 하고 싶은 일도 있었을 테고. 다해봐요. 제가도와줄게요 ” •

카일의 말에 엘가가 못 말리겠다는 뜻의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는 ‘내가 대공이 되고 싶어서 끝까지 당신 이용하는 거 같아요.’ 라고 중얼거린다.

그러자 응?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 카일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네요.처음에는 이용하려던 거 맞잖아요?”

“처, 처음에만그랬다니까요! 이제는 아니에요!”

“정말입니까? 못 믿겠는데?”

“아니라고요! 진짜로! 진짜 아니에요!”

콩콩, 하고 카일의 어깨를 두드리는 엘가.

물론 힘 이 전혀 들어 가 있지 않은, 반 장난 반 애교의 솜방망이 질이 었지 만 말이다.

“그런데 엘가님. 마음 굳게 먹은 거죠?”

“무슨 마음을 굳게 먹어요?”

“아시잖아요. 경쟁자 라인이 만만치 않다는 거.”

카일의 말에 엘가가 ‘아.’ 하고 탄식을 흘린다.

황녀, 성녀,그리고 마녀까지. 여태 얼굴을 맞대던 여자들이 순서대로 떠오 른다.

가장 만만한 상대 라고 여 겼던 티 샤도 결코 쉽 지 않은 상대 임을 깨 달았다.

그러할 진데 황녀와 성 녀는 그보다 배 는 더 어 려운 상대 가 될 터 .

솔직히 말해서 대공 자리에 오른다고 해도 살짝 힘들 것 같다.

한창 낑낑거리던 엘가가 우으으! 하고 세차게 도리질을 친다.

“그건 나중에 생각할래요. 지금은 다필요 없고, 나와 당신 생각만 할래요.

그리 말한엘가가미처 카일이 반응하기도 전에,무릎위에 올라탄다.

누가 봐도 상당히 야릇한 자세다. 당장 침대 위로 돌진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하필이 면 또 방에 불조차 재 대로 켜 지 않아 어둑한 분위 기 까지.

“혹시 물어보는 건데, 지금 나 안을 생각은 없죠?”

이 광경을리토리오 대공이 본다면 당장주먹을꺼 내들지 않을까?

옆에서 계속돕는다는 게 설마이런 뜻이었냐고 말하면서 말이다.

“나는 괜찮은데. 카일, 당신만 좋다고 하면요.”

이 공녀님이 진짜.너무확진도를 빼려고하시네.

아서요. 이건 그 행동파 중의 행동파, 황녀도 못 한 일이니까.

그리고 결혼도 안 했는데 이러면 우리 둘 다 매장 당해요.

“관두세요. 이제 막 시작선에 섰는데 트로피를 받는 게 가당키나 합니까.”

“그것도 그러네요. 그러면… 일단 이걸로 만족할게요.”

볼에 와 닿는, 부드러우면서도 따스한 기운.

보기 좋은 붉은빛으로 물든 얼굴을 한 채 , 엘가가 눈웃음을 짓는다.

“너무 늦지는 마요. 나 기다리는 거 싫으니까. 늦으면 내가 달려가서 억지

로 끌고서는 도착점을 통과해버릴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알겠죠?” 그 말을 끝으로, 엘가가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한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답을 들었으니 이제 좀 안심이라고 생각하면서.

“으엣?!” 갑자기 카일이 그녀의 손을 붙잡고선 다시 앉히기 전까지는 말이다.

다시 풀썩, 하고남자의 옆에 앉게 된 여인.

조금 놀랐는지 두 눈을 깜빡거리던 엘가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카일?

“조금만 더 있다 가요.”

뜻하지 않은 말에 엘가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이미 명확한 거부의 뜻을 받았음에도 혹시 嘗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드는….

“이 야기도 나눌 겸 , 그리고 간단하게 맨몸 운동도 좀 할 겸.”

“아니, 저기요? 이야기는좋은데 왜 하필 그 사이에 운동이 있는 건데요!”

어째 최고의 연적은 저돌적인 황녀도, 순수한 성녀도, 기회를 노리는 마녀 도아닌.

시도 때도 없이 튀 어나와서 다 제쳐버리는 저 존 나센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엘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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