熲 160화 嗲대공은 이미 정해졌습니다만?
연회장에 앉았을때 엘가의 기분을 말하자면,최고라할수 있었다.
대공의 뜻을 확실하게 알았는지 불만스러운 눈빛을 한 이는 아무도 없었 다.
경 계 심 까지는 어찌 할 수 없다 하지 만 무례 하게 구는 자 또한 없었다.
리토리 오 대공, 자신의 아버 지는 식사 메 뉴까지 신경을 써주는 모습을 보 였다.
그리고 카일은 그런 모든 것에 기뻐하는 듯한 표정을 짓기까지 했다.
‘완벽해. 이보다 좋을수는 없어.’
이 번 초대는 자신의 입 지를 다지 기 위 한 그런 이유가 아니 다.
오로지 카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자신에게로 돌리기 위한 것.
순수하지 못 한 이유로 약간은 소원했을 사이를 가깝게 만들기 위해서.
이미 카일은 황실과 교단에 한 번 이상씩 방문했다.
그곳에서 어떤 일을 겪었든, 편했든 불편했든 간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리토리오의 차례다. 자신의 차례다.
이번에 꼭 카일의 입가에서 자신을 향해주는 미소를 보고 말겠다.
다른의미를 지닌 게 아닌, 순수하게 기뻐하여 짓는그런 미소.
밑에 숨기고 있던 손으로 주먹을 꼭 쥐며 엘가가그리 생각한다.
“아,그리고.”
리토리오 대공이 갑작스레 입을 열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자리에 앉을 이가하나 더 있다네.”
문이 열리고 한 청년이 비어있던 자리 앞으로 다가온다.
상대방을 확인한 엘가는 하마터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설 뻔 했다.
‘둘째오라버니?!’
어떻게 된 일이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는 소식은 전혀 못들었는데 ?!
왜 저 인간이 제 방이 아니라 연회장에 나타난 거야?!
비서 역할을 겸하는 레토에게서도, 가문에 남겨둔 수하들에게서도.
둘째 오라비에 관한그 어떤 것도 전해 듣지 못 했다.
유일한, 그리고 가장 난처한 정적인 둘째 오라비가 칩거를 깼다니.
레토가 잊어먹고 보고를 안 한 것일까? 아니야, 그건 아니야.
비서로서 역할은 제대로 해주고 있는 레토야. 그럴 리는 없어.
그렇다면 혹시, 수하들 중 누군가가 일부러 정보를 누락한 것일까?
‘••• 아니 야. 그것도 아니 야. 둘째 오라비 가 스스로 가둔 이후로 많은 이들 이 내 편으로 돌아섰어. 그 중에 배신자가 있다고 해도 다른 누군가가 알려 주었을 거야.’
정보가 차단되 려면 몇몇 배신자 따위로는 어 림도 없다.
자신의 생 각보다 더 큰 누군가. 더 거대한 넓이를 지닌 가림 막이 ….
‘…설마!’
엘가가 놀란 눈빛으로 상석에 앉은 대공을, 아버지를 바라본다.
그리고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정보를 차단한 건 바로 저 분이 었다고.
‘아버지! 어째서?!’
속으로 비명을 지르는 사이, 엘가의 둘째 오라비 이자 리토리오의 둘째 공 자.
얼마 전까지 유력한 대공 후계자였던 ‘유겐 테츠 데 리토리오’ 가 자리에 앉는다.
정확하게 엘가의 맞은편에 위치한곳. 그리고 고개를 돌리면 카일이 보이 는 곳이다.
“오랜만이구나, 엘가.”
“•••둘째 오라버니.”
“반가운 얼굴이 아니구나.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데.”
“그래. 반가운 건어째나만 인 것 같다.”
기억하고 있던 둘째 오라비와의 이전 모습과는 너무 달랐다.
아카데미 반파 사건을 바로 앞에서 목도하고, 그 기세를 정면으로 받았기 에.
두려움에 떨며 반폐인이 되었던 이라곤 상상조차할수 없었다.
너무나 멀쩡해 보인다. 애당초 그런 일 따위는 있지도 않았다는 듯 하다.
저럴 수가 있나 싶다. 이건 불가능한데. 불가능해 야 하는데.
‘대체 왜 저 인간이? 하필 지금, 이 자리에?’
온갖 의문들이 엘가의 머릿속에 가득해진다.
둘째 오라비의 갑작스러운 등장. 그리고 무표정한 제 아버지 .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최악의 가설이 엘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버린 듯했지만, 결국 버리시지 못하신 거야.’
부모 자식은 천륜이라고 했다. 특히나 부모는, 자식을 버리지 못 한다.
겉으로는 엉망이다, 실망이다, 포기한다, 이렇게 말해도.
속으론 어떻게든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인 법.
그렇다면 답은 바로 나온다. 이 자리에서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말네가후계자로서 다시 나설 생각이라면 너를 증명하라고.
그 두려움을 걷어내고 네가 일으킨 일에 똑바로 맞서라고.
존 나센의 사람 앞에서 겁먹지 않고 앉아 사과를 하라고.
그것으로두려움을 날려버리고 다시 한번 가문의 지지를 얻으라 하며.
네 손으로 만든 악연을 없애고 대신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보라고 말이다!
“나머지는 차차 이야기하고. 손님이 계시는군. 인사드립니다. 유겐 테츠 데 리토리오입니다.”
“•••카일존 나센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서로의 소개를 하는 두 청년.
그 둘을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바라보는 엘가.
“자,그러면식사를 시작하지.”
그리고 그 사이에 앉아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은 채.
식사의 시작을 알리는 리토리오 대공이었다.
뭐지, 이 상황은? 뭔가 좀 단단히 꼬인 것 같은데 嘗
저쪽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 이쪽은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는 표정.
그리고 맞은편에 앉은 저 인간은… 음, 좀 더 봐야겠는데.
테이블 위에 깔리기 시작하는 전채 메뉴를 바라보는 척 하며.
카일은 흘끗 눈을 돌려 옆에 앉은 엘가의 표정을 한 번 확인했다.
음, 역시나 좋지 가 않다. 나름 포커 페 이스였던 엘가가 저 정도라.
‘지금 이 그림을 완전히 모르고 당한 눈치군.’
전채 메뉴를 먹는 척 하며 카일은 건너편에 앉은 유겐 리토리오를 바라보 았다.
엘가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인상을 지닌 청년.
얼마전까지 차기 대공으로서 유력하게 여겨지던 인물이다.
바로 저 인간이 제 누나를 자극한놈이다. 아카데미 반파사건의 원흉.
원래라면 레아의 손에 이승하직해야했으나운좋게 살아남은 놈.
한데 또 본인은 지레 겁을 처먹고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를 못 하던 쫄보다.
‘분명히 상태 가 엉 망이 라고 들었는데 . 잘못 전해진 건가? 지금 보니 멀쩡 한데?’
카일은 다시 한 번 엘가를 살폈다. 확실히 모르는 눈치다.
이번에는 리토리오 대공을 확인한다. 무표정 속에 무언가가 숨어있다.
아마도 지금의 이 상황은모두 저 대공이 기획한모양이다.
‘엘가는 분명 아무 것도 없는, 순수한 의 미의 초대 라고 했는데.’
예비 처가 방문이 라고, 그리 생각하며 왔다.
집처럼 편안하지는 않아도 최소한웃으면서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정작 펼쳐진 건 불편하기 짝이 없는 식사자리다.
본인은 깨작거리기만 하고, 엘가는 손도 못 대고 있다.
그 모든 이유가 제 누나를 모욕하고 존 나센을 모욕한 저 새 끼 때문이 다.
‘갑자기 열 받네.’
계획 변경이다. 얌전한 모습으로 지내다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우리 장인어른께 확실히 알려주어야하지 않겠는가.
리토리오의 대공 자리는 오직 엘가만이 받을 수 있다고.
“전채부터 참으로 감탄스럽네요. 식자재 모두가 최고급 같습니다만.”
“그러한가? 자네가 그리 말하니 참으로 기분이 좋군.”
“감사합니다. 일단 채소 잎들이 전체적으로 싱싱하면서 ….”
팅—.
카일의 손에 쥐어져 샐러드를 뒤 적거리던 포크가 두 동강이 났다.
일정 부분휘어지다가 버티지 못하고끊어진 것도 아니다.
그냥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포크의 목이 잘려나갔다.
“아. 죄송합니다. 힘 조절이 안된 모양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각하.”
별 것 아니라며 새 포크를 청하는 대공.
하지만 카일의 건너편에 앉은 유겐 리토리오는 그러하지 못 했다.
« ” …-
아주 찰나였지 만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 걸 카일은 확인했다.
저 표정은불쾌해서 짓는, 혹은놀라서 만든 얼굴빛이 아니다.
두려움. 그래, 저건 결코 씻어낼 수 없는 두려움이 다.
아무리 잊으려고해도 영혼에 각인되어 절대 사라지지 않을 공포다.
‘그러면 그렇지. 누나의 진짜 분노를 앞에 두고 저딴 놈이 극복할 리가 있 나.’
대강의 상황 파악을 끝냈다.
저 놈이 이 자리 에 나온 건 자의 가 아닌 타의 가 분명하다.
그리고 그 타의는, 다름 아닌 리토리오 대공의 뜻일 터.
네 가 계속해서 죽은 놈처럼 지내 면 대공 자리는 엘가의 것이 될 거라고.
후계 자 자리 에 서 밀려 난 놈이 어찌 되 는지는 네 가 잘 알지 않냐고.
그렇게 말했기에 저놈도 이를 악물고 이 자리에 나섰을 것이었다.
아마도 이 자리에서 증명을 하려 하지 않을까 싶다.
무너지지 않았다고. 자신은 여전히 리토리오의 공자라고.
아직 따르는 자들도 남았으니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덤으로 본인이 일으킨 물의를 직접 사과하고, 존 나센과의 관계 개선까지 한다?
다시 한 번 유리한 고지를 점할수 있다. 충분히 엘가와 겨뤄볼 만하다.
‘응. 어림도 없는 개소리죠?’
어디 감히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어.
자신이 거래한 건 ‘대공의 자리에 오를’ 엘가다.
대공의 여동생이 되는사람이 아니다.대공그 자체다.
그리고 존 나센 앞에 서 약하다는 말을 한 놈이 리토리오 대공?
이건 못 참지. 아무리 과거를 반성해도 저지른 건 어쩔 수 없다.
그런 놈이 대공이 되면 존 나센과는 영영 화해 못해요.
마지막으로, 저놈 보소? 운동도 안했네嘗 엘가는 열심히 했는데.
저, 저 노력 하나도 안 한 티 가 풀풀 나는 몸뚱이를 봐라.
미래의 대공으론 더더욱 탈락이다. 너는 대공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
“아, 그러고 보니 엘가님. 아까 말씀하셨죠? 대공 각하께도 이전 일들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남쪽 섬 파도잡이와의 싸움과 이번에 서쪽에서 있 었던 몬스터 토벌이요.”
“그랬죠…?”
“대공 각하.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물론 각하께서도 알고 계실 테지만 직접 들으시는 게 더 흥미로우실 것 같은데요.”
“식사자리에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있다면 나야환영이지.”
그러면 동의도 구했겠다. 본격 적으로 부숴 볼까.
“음,일단남쪽파도잡이와의 싸움.이름이 아케인이었죠?그부분부터.”
시선은 정확하게 유겐 리토리오에게로 둔다. 동시에 몸의 기세를 끌어낸 다.
처음 로이더 놈들을 마주했던 순간을 떠올리자.
감히 노력 하나도 없이 약물로서 강함을 취하려고 했던 놈들.
그 생 각을 떠 올리 니 잠들어 있던 존 나센 의 지 가 활활 타오른다.
분노와는 비교자체가불허하다. 분노가불꽃이라면, 이건 지옥의 겁화다.
목표는 바로 맞은편에 앉은 놈. 애써 괜찮은 척 하는 저 놈이다.
잊으려고 했어? 응. 다시 떠올리게 해줄게. 네 영혼에 각인시켜줄게.
네가 어떤 존재들을 건드렸는지. 누구 앞에서 그 말을 했는지.
그걸 알면서도 사이를 개선시 키 겠다느니 그딴 망상을 품었어 ?
미안한데 이쪽에 먼저 계약한 사람이 있단다, 아가야.
억울해 하지는 마. 너도 기회를 가졌었는데 네가 내친 거잖아?
“음, 일단요. 사지는 나뭇가지 부러트리듯 똑똑부러트렸습니다. 그리고… 어. 허리를 반으로 접 어버렸나? 아마 그럴 겁니다. 아, 안쪽이 아니 라 바깥쪽 으로요. 네. 그랬습니다.”
참고로 허리는 접은 적 없다. 그러면 10강이고 뭐고 바로 황천길 직행이다.
« ” …
« ” …-
그러나 이 자리에 앉은 이들은 미처 그걸 떠올리지 못 했다.
농담이 라 하기 엔 그 말을 하는 상대 가 존 나센 이 어 서 .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으니 오소소, 하고 소름이 돋아난 것이 었다.
“저도 그럴 생각은 없었습니다. 다만, 그놈이 감히 기습이라는, 금기를 늘어놓아서 그만.”
덜덜덜-.
유겐 리토리오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 건 그 직후였다.
( 주인공 일러 완성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