熲 156화 嗲원래 학기말이 가장 바쁜 법
본의 아니게 수렵제를 지내버린 한주가지난후.
기말고사 시험지를 받아든 카일은 생각했다.
와. 망했네?
“으 ” •
적을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 그럴 수 없는 게 더 많았다.
대 충 점수 받아가라고 만든 문제 가 아니 다. 대놓고 틀리 라고 외 치고 있다.
그나마 저번 주 강의를들었던 학생들은 어느 정도 힌트를 받았기에.
대 놓고 노린 문제 들만큼은 확실하게 잡아가고 있는 중.
역시 제국 아카데미.쉽지 않다.왜 티샤가항상열심인지 알것 같았다.
도대체 이런 지옥에서 자신의 형은 어떻게 살아남은 걸까?
자신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운동 귀신이 공부까지 했다니.
거 기에 누나처럼 사고 한 번 안 치고 아주 무난하게 말이다.
‘괜히 차기 존 나센 남작이 겠어. 그보다 진짜 놀랄 노자다. 가장 무서운 게 직 장 다니 면서 공부하고 헬스장까지 끊는 사람이 라더 니.’
아마 현실에 환생하면 딱그런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친 거 아니냐고 기함을 토하게 만드는 그런 인물.
생각해보면 진짜 사기 캐다. 몸 완벽, 머리 완벽, 심지어 눈치도 합격점.
저 기서 인상만 좀 더 선했다면 여 자들까지 줄줄 끌고 다녔을 텐데.
아, 그건 힘들려나? 맞아. 우리 형이 애당초 여자한테는 관심이 없구나.
“•••모르겠다.
교수님 사랑해요!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는 좀 오버 같았다.
해서 적당하게 말도 안되는 소리 좀 쓴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슬쩍 강의실을 살펴보니 강의실을 벗어난 인물은 몇 안 되었다.
일단 티샤는 열심히 작성 중이고. 엘가도 정신없이 적고 있고.
넬은… 잘 안풀리는모양이다. 엄청 낑낑거리고 있네.
‘레토야 엘가의 비서 역할도 겸할 테니 공부하는 머리가좀 있을 테고….’
슬쩍 옆으로 시선을 돌려 이안의 자리를 확인했다.
역시나, 예상대로. 녀석은 진작 강의실을 나선지 오래였다.
“답안지 제출입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했습니다, 카일학생.”
하>하! 역시! 시험은 망했어! 시부럴, 망했다고!!
영웅은 공부 따위 안 한다는데. 나 제국의 영웅 아닌가?
서쪽에 가서 몬스터도 때려잡았는데 황실에서 정상참작 안 해주나?
“미안. 네가미리 말을 안해서.”
자신의 문의에 친절하게 알아봐준황녀의 대답.
덕분에 카일은 미련 없이 빠르게 포기할수 있었다.
그래. 이거 각오하고 결석까지 하며 서쪽을 다녀왔던 거 아니겠는가.
오히려 시험 공부 하겠다고 안 갔다면 그게 더 후회스러웠을 거다.
“내가 고집을 좀 더 부려보면 될 것 같기도 한데. 어떻게 해 줘?”
사실 더 큰 이유는 그 다음 나온 말 때문이 었다.
황녀의 고집. 이건 누가봐도 대놓고 깽판을 부리겠다는 거 아닌가.
그냥 평범한 황녀가그런 일을 벌여도 궁내성이 나설 일인데.
‘제국 10강’ 인 황녀가 그러면 궁내성에 특무성까지 나서 야 한다.
정 말 그리 된 다면 그 둘이 합심 해서 우리 불쌍한 교육성 을 달달 볶겠지.
그러면 교육성은 열 받아서 다시 아카데 미를 또 들들 볶고 말이 다.
“카일 학생! 제 발 저좀 살려주시 길!!”
아카데미 학장이 무릎 꿇고 바짓가랑이 붙잡는 그림이 그려졌다.
해서 카일은 어 어 어 ! 하고 바로 도리 질을 쳤다.
그 정도면 정말 감사한 일이 라고. 더 말 안 해도 된다고.
사나이답게 본인이 결정한 일, 시원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이다.
“헤에. 역시 너다워.그런 모습, 나쁘지 않아.”
결과적으론 전혀 좋지 못 한 선택이 되고 말았다.
자신의 행동이 황녀의 마음에 제대로 든모양.
덕분에 살짝 후회 가 되 었지 만 이 미 늦었다.
‘맞아. 언제 한번 그것도물어봐야하는데.’
질문의 내용은 이러하다. ‘혹시 첫 번째 부인이 아니더라도괜찮나요?’ 라 고.
그런데 정작또 물어보려니 마음에 걸리는 게 한두 곳이 아니었다.
황실의 적녀라는 것과, 율리카가 제국 10강이라는 것.
자존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없으면 그건 사람이 아니다.
본인이 선택하는 게 아니라 선택 당하는 것도 불편할 텐데.
그 와중에 첫 번째가 아니 라 그 다음이 되 어 야 한다?
‘확률은 반반. 정말크게 들고 일어나거나. 아니면 무덤덤하거나.’
다행히도 카일이 그나마 믿고 있는부분은 이전 황녀의 행적.
내 소유로 못 두겠다면 차라리 네 소유가 되 겠다고 말했던 그녀 다.
자존심이 없는 건 아닌데, 자신이 부탁하면 또 접어줄 것 같기도 한데 ….
‘•••그래. 어떻게 되겠지.’
뭐라고 할까. 생명 연장이 된 느낌이다. 조급함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조급함이 없어지니 일단 미뤄두자, 라는 생각이 든다.
이거 고민할 바에 가서 중량 한 번 더 치는 게 이득이지 않을까.
새로이 증축된 실내 연무장으로 걸음을 옮긴다.
카일의 표현에 따르자면, ‘존 나센 헬스장제국 아카데미점’ 인 곳.
리토리 오가 제 시한 연무장 증축. 넓이를 두 배. 아니, 거의 세 배로 증가 시켰다.
부족했던 기구들도 전부 비치했고 각 기구 사이의 공간도 충분히 확보했 다.
덤으로헬린이 공간과휴식 장소, 그리고 넓은 샤워실까지 완벽 구비.
‘하지 만. 무엇보다 대단한 건 황실의 선물이 었지.’
실내 연무장 증축을 축하한다며 황실이 보낸 선물.
그것은 다름 아닌 런닝 머신이었다.
처음에는 두 눈을 의심했다. 이게 있을 수가 없는 물건이니까.
카일이 기억하는 런닝 머신은 전동모터로 고무 롤러를 돌리는 것이 었다.
모터가 없다면 그 위 에서 무슨 짓을 해도 롤러를 돌릴 수가 없다.
그런데 황실에서 보낸 물건은 분명한 런닝 머신이 었다.
대체 어찌 된 일인가하니, 다름 아닌 리어의 작품이란다.
“리어 존 나센이 아카데미에 재학할시절 고안했던 거네. 나도 이게 과연 가능할까 싶었는데, 마법사들이 마석을 이용해서 마력을 불어넣으면 비슷하 게 할수있을 거라고 했더군.”
마력으로 돌아가는 런닝 머신들과 함께 보내진 황태자의 서신.
그에 카일은 오오! 하고 다시 한 번 제국 황실에게 찬사를 보냈다.
역시 ! 존 나센에 서 인정할 만한 가치 가 있는 곳이 었다!
‘하지만존나센에서는 딱히 안반길 것같단 말이야.’
유산소라면 런닝 머신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것으로 대신하는 고향 사 람들이다.
산정상까지 쉬지 않고주파, 새벽부터 전력질주로오전까지 달리기.
남들은 말 타고 가는 거리 뛰어서 이동하기, 그 외에도 별의별 유산소가 다 있다.
그러 나 그건 어 디 까지 나 존 나센 에 한한 부분이 다.
이 곳 아카데 미 에 서는 마땅한 유산소를 책 임 질 공간이 부족하다.
때문에 황실이 개발에 성공하여 기꺼이 내어준 런닝 머신은, 정말 큰 선물 이었다.
“운동하러 가는건가?”
뭐야, 하고 고개를 돌려보니 이안이 시야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답안지를 작성하고 강의실을 나섰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
나중에 는 공부도 곧잘 한다고 하지 만 아직 은 아닌 모양이 다.
“일찍 나왔네요, 이안. 시험은요. 어땠어요?”
“내가가장먼저나왔다.”
“ 아하.”
충분히 대답이 되는 말이 었다. 가장 먼저 나왔다라.
티샤조차도 부지런히 답안을 작성하는 와중에 정답을 다 기입했을 리는 없다.
“카일, 너도 일찍 나온것 같은데.”
“다음 학기에는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죠.”
“이하동문이다. 나도 같아.”
이안과통하는게 있다니. 뭔가살짝그러면서도 또 웃음이 새어 나온다.
서로 낄낄거리며 ‘역시 펜을 잡는 것보다는 칼이나 봉을 잡는 게 더 편하다 .’ 라는 결론이 내려질 무렵 이안이 슬그머니 본론으로들어간다.
“카일.할말이 있는데,진지하게 들어주었으면 한다.정말이야.”
“진지하게 들어는 줄수 있죠. 다만 진지하게 대답하는 건 다른 일이지만.”
“•••실은,부탁이 있다.방학동안에 존 나센을 방문하고싶다.”
“내 고향이요?”
“그래. 꼭 가고 싶다. 아니, 반드시 가야만 한다. 나는 거기에 꼭 가야만 해. ”
가서 뭐 하려고요. 라는 바보 같은 질문은 하지 않았다.
후일 최 고의 검사가 된다는 이 안이 왜 존 나센을 찾으려 하는지 .
그 이유는 지 나가던 개한테 물어봐도 멍멍, 하고 대답할 수 있는 일이 었다.
‘맨 처음 만난 상태 였었다면 꺼 지 라고 했을 지도 모르지.’
자존심 세고, 남에게 자꾸피해 주고, 검만중요한 인간.
초기 설정을 그대로 지닌 상태 였다면 바로 주둥이를 후려쳤을 거다.
헛소리 말고 집에 가서 단련이나 더 하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번 학기 동안 카일의 손에 이리저리 구르면서 이안은 사람이 되 었다.
이제 함부로 입을 열지도 않고 혹 그런 실수를 해도 사과를 할줄 안다.
자존심을 박살내니 의도치 않게 긍정적인 효과가 나온 것이었다.
“고향으로는 한 사흘 후? 네. 그쯤에 출발할 거예요.”
“부탁한다. 나는… 어 ? 잠깐. 지금 뭐 라고?”
“사흘후에 출발할 거니까 여유롭게 준비하라고요. 챙길 거 있으면 챙기고
설마 카일이 이렇게 바로 허락할 줄은 몰랐다는 눈치다.
여태까지 자신을 미친 듯이 굴리던 카일이 었기에 .
이번에도 절대 쉽게 해주지 않을 거라고 여겼던 걸까.
‘주인공에 대한내 최소한의 대우다. 이안.’
어차피 존 나센에 가게 되면 본인의 어리석음을 뼈저리게 느낄 거다.
준비가 덜 되 었으면 후회하면서 비명을 지르는 거고.
반대로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다면 더 성장할 수 있는 확실한 계 기가 될 터.
“고맙다. 정말로 고마워, 카일.”
“요즘 운동도 열심히 하고, 쌈박질도 안 하고 해서 들어주는 겁니 다.”
말 지 지 리 안 듣던 개 가 성공적 으로 훈련을 받고 칭 찬을 듣는 그림 이 다.
당연한 말이 지 만 개는 이 안이 고 훈련사는 카일이 었다.
“그럼 난운동하러 갈테니 넬한테도 알려줘요.”
“넬도같이 데려가려는 건가?”
“두고 가면 혼자뭐하겠어요. 강해지고 싶다는 사람은 언제든 환영이랍니 다.”
정확히는 스스로 지옥에 빠지고 싶은 자, 언제든 환영이지만.
그렇게 이안과 헤어지고 헬스장으로 들어선 카일은 루틴을 돌리기 시작 했다.
할 일도 없고, 시험도 다끝났고, 운동 좀하다가고향으로 가면 된다.
집 에 가면 당장 몸 확인부터 하자고 형과 누나가 달려들 텐데.
어 떻게 해 야 그 둘의 마수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찰나.
“카일.”
이번엔 또 누굴까. 하고 슬쩍 고개를 돌려본다.
헬스장 안으로 들어서는, 붉은 불길 같은 여자.
“엘가님.
“시험은 잘봤나요?”
그걸 꼭 지금물어봐야 합니까? 시험 당일에 참 매너가 없으시네.
“뭐, 그럭저럭 본 것같습니다.”
“다행 이 네요. 해서 , 오늘이 랑 내 일 시 간 있죠? 시 험도 다 끝났으니 까.”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거침없이 본론을 꺼내놓는 엘가.
살짝 어이가 없어진 카일이 침묵하고 있으니 마저 이야기를 한다.
“당신을 리토리오 대공가에 정식으로 초대하고 싶은데.”
성녀를 지나니 이번에는 엘가의 턴이 돌아온 모양이었다.